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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충무로의 기대주’가 ‘안방극장의 기대주’로 안착했다. 배우 전여빈의 이야기다.
전여빈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 역을 맡아 첫 주연에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적.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며 걸크러시 매력을 뿜어내다가도 슬픈 내면을 가슴 아프게 표현해내며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완벽한 완급조절로 놀라움을 안기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 될 수밖에 없었다.
정작 당사자인 전여빈은 드라마 초반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혹여나 자신이 흔들릴까 걱정돼서다.
“4부까지는 아예 평을 보지 않았어요. 첫 주연이기도 하고, 평에 휘둘릴까 걱정도 됐거든요. 좋은 칭찬이면 열심히 달리겠지만, 비난을 받았을 때 일어서지 못하고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봐 보지 못했죠. 동료 배우, 스태프들에게 이야기하니 ‘봐도 돼. 악플이 하나도 없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말에 용기를 낸 전여빈. 실제로 응원의 댓글이 넘쳐났다. 드라마의 화제성에 비해 낮았던 시청률을 걱정하며 ‘멜로가 체질’ 팀을 다독여주는 댓글들도 많았다.
“달아주신 댓글들이 좋았어요. 편지를 쓰다시피 달아주시기도 했죠. ‘은정아 아프지마’, ‘은정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한주야 그놈은 만나지마’ 같이 감정 이입을 해 댓글을 남겨주시는데 무척 감명받았어요. 어쩜 그렇게 순수하게 이입을 해 배우들을 그 인물로 바라봐주실까 싶기도 했죠.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그런 반응들이 굉장히 감사했어요.”
아쉬운 것은 시청률. 화제성도 높았고 제작사 측의 손해도 없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가질 법했다.
“본방송 시청률만 낮을 뿐이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에 대해 감사해요. 시청률 수치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함께 하게 되면서 알게 됐어요. 한 편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해요. 그래도 저희끼리는 마니아층이 생긴 것에 대해 감사해하고 있어요. 악평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마니아층도 안 생길 수도 있었을 테니까. 저희는 입소문도 타고 사랑도 받았잖아요. 감사하죠,”
이처럼 마니아층을 양산한 데는 재기발랄한 대본, 연출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을 했다. 다른 작품과 비교해 엄청난 대사량. 그중에서도 천우희가 연기한 임진주의 대사량은 압도적이었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도 감탄할 정도.
“저희가 진주(천우희) 언니는 ’쇼미더머니‘에 진출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언니는 정말 래퍼였죠. 대사량이 너무 많으니까 저희는 언니 앞에서 내색할 수가 없었어요. (웃음) 언니가 잘 해내고 있고, 존경스러우면서도, 이렇게 잘 하고 있는 사람과 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한주(한지은)는 또 한주 나름대로 잘했죠. 귀엽게, 워킹맘의 책임감과 씩씩함이 공존한 연기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행복했어요.”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극찬하면서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넘어간 전여빈. 이은정의 경우 다른 인물들에 비해 대사량이 적기는 하지만 세밀하고 두터운 내면 연기를 해야 하는 캐릭터다. 절제된 연기를 선보여야 하기에, 인물들 중 무척 연기하기 까다로운 편. “힘들었겠다”는 말에 전여빈은 “너무 신기한 게, 힘들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라고 답했다.
“힘들다는 마음을 안 가지게 해준 팀 전체의 분위기가 굉장히 고마웠어요. 은정이는 다른 캐릭터와 서사의 결이 살짝 달라요. ‘아픔이 있었다’고 단정 지어지는 게 아니라 트라우마가 있는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고, 극복하는 과정이 보여져요. 그리고 홍대(한준우)라는 은정이가 만들어낸 환상도 있죠. 시청자의 몰입이 깨지고, 그 상황이 약간 부담스럽게 다가올까봐 염려됐어요. 자칫 비호감이 될 수도 있고, 시청자들이 그 상황이 인정되지 않을까봐 조금 걱정되기도 했어요. 리딩, 첫 촬영을 하고 홍대와 호흡을 맞춰보면서 그 걱정이 아예 사라졌죠.”
전여빈은 ‘멜로의 체질’이 가진 이야기의 결이 탄탄했기 때문에 이은정이라는 인물이 쉽게 다뤄질 것 같지 않았다고 전했다. ‘멜로가 체질’의 희극성과 은정의 비극이 조화를 이뤄 묘한 드라마가 태어날 것 같다는 기대도 하게 됐다.
“다만 은정이가 구사하는 톤에 있어서는 고민을 했어요. 홍대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홍대와 사랑에 빠졌을 때, 홍대를 잃고 난 직후의 감정 상태. 은정이 극단적 선택을 하잖아요. 그 후 홍대를 상상으로 마주했을 때는 홍대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연애할 때보다는 힘을 뺀, 읊조리듯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톤을 연구했어요. 초반에 은정이를 만들어 갈 때 이병헌 감독님이 힌트를 주셨어요. 제 첫 촬영이 도시락 폭탄 신이었는데 코믹을 어디까지 업시켜야 할까 고민됐죠. 감독님께서 ‘은정이는 미소를 짓는 것도 이 정도’라며 살짝 웃어주셨어요. 그게 은정이의 최대치라고 했는데 거기에서 무수한 힌트와 감이 떠올랐어요. 희극적인 상황에서도 이 정도밖에 웃음을 짓지 못하는 친구라면 감정 표현이 절제돼 있는 사람이겠구나 생각됐죠. 거기서 힌트를 얻었고, 은정이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또 (B팀 감독인) 김혜영 감독님이 은정이에 대한 감정적 이해도가 높으셨던 것 같아요.“
전여빈의 목표는 앞으로도, 정체되지 않은 모습으로 시청자, 관객과 만나는 것.
“녹슬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시간에 따라 내 연기가 편해지고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갈고 닦아 더 세공되어지는 모습, 때로는 날 것 같은 모습이, 못 봤던 면이 드러나기도 하는 배우요. 그런 걸 스스로 발견하고 싶기도 해요. 계속 단련해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많이 경계하고, 공부하며 연기해야 될 것 같아요.”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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