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뜻깊은 2019년인데, 오주원에겐 한국시리즈가 풀리지 않는 무대다.
키움 오주원은 의미 있는 2019시즌을 보냈다. 6월 초 조상우가 어깨통증으로 이탈하자 마무리 보직을 꿰찼다. 2004년 데뷔 후 오랜만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6월 1승2홀드8세이브 평균자책점 0.75를 찍었다. 7~8월에는 평균자책점이 3.86, 2.25로 상승했으나 나쁘지 않았다.
9월에 조금 흔들렸다. 1승1패2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70. 그래도 3승3패18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32로 구원투수 전업 후 최고의 모습으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제구에 좋은 디셉션까지. 경쟁력이 상당했다.
여기에 김상수와 함께 젊은 불펜 투수들, 심지어 야수들에게도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했다. 보이지 않은 공헌. 물론 마무리투수로서 볼이 위력적이지 않은 약점은 분명히 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장정석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자 오주원의 사기를 꺾지 않으면서, 조상우를 더블스토퍼로 붙였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순간에 조상우를 먼저 기용하고, 오주원은 그 다음 순서로 밀렸다. 오주원의 약점을 숨기고, 조상우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그래도 오주원은 김상수, 한현희와 함께 여전히 비중이 크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서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제로, SK와의 플레이오프서 2경기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 장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그랬던 오주원이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서 흔들린다.
22일 1차전서 6-6 동점이던 9회말 시작과 함께 등장했다. 유격수 김하성이 박건우의 평범한 뜬공을 놓치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정수빈의 기습번트 처리 속도가 약간 늦자 여지 없이 무사 1,2루 위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스리피트 위반으로 물러나며 한 숨 돌리는 듯했으나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오재일에게 끝내기안타를 맞았다. 패전투수.
와르르 무너진 경기는 아니었지만, 두산 타자들이 오주원을 특별히 어려워하는 인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중반에 등장하는 조상우보다 구위가 떨어지다 보니 오히려 두산 타자들에겐 상대하기 쉬운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장 감독이 현 시점에서 조상우와 오주원의 기용 순서를 맞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23일 2차전에는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며 고개를 숙였다. 허경민에게 구사한 포심패스트볼, 오재원에게 던진 슬라이더 모두 날카로운 안타로 이어졌다. 결국 대역전패. 패전은 한현희의 몫이었지만, 오주원과 키움 불펜 모두 데미지가 큰 패배였다.
설상가상으로 안우진이 허리 통증에 시달린다. 2차전에 나서지 못했고, 25일 3차전 등판도 불투명하다. 오주원의 몫이 줄어들 수 없는 상황. 결국 중요시점에 오주원이 등판해야 한다. 베테랑 좌완 불펜에게 한국시리즈 1~2차전은 시련이었고, 3~4차전서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이 시점에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두산은 확실히 오주원에게 자신감이 있는 듯하다. 키움으로선 오주원의 경험과 노련미를 다시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주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