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이영애(48)가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이영애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개봉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배우 인생 전반적인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이영애가 선택한 스크린 복귀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스릴러. 무려 14년 만의 컴백이다.
모두가 진실을 은폐하는 곳에 아이를 찾기 위해 뛰어든 정연이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펼쳐져 압도적인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아동학대' 소재를 전면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현실적인 묘사와 디테일한 연출을 통해 리얼리티까지 보장, 묵직한 여운을 더한다. 김승우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에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Discovery Section)에 초청받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아이를 잃어버린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이를 찾을 수 잇다는 일념 하나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낯선 곳으로 향하는 엄마 정연으로 분한 이영애는 "시사회 이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평을 잘 해주셔서 기분이 좋다. 영화에는 "따뜻하고 뭉클한 여운도 있다. 저는 인간 군상에 대해 지리멸렬이라고 표현한다. 그게 현실이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복잡하고 아이러니하고 기괴스럽기까지 하다. 보기에는 참 껄끄럽고 마주 서기가 힘든 부분들이 많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걸 그려주는 게 영화의 책임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 잘 짜여진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잘 해야 한 편의 완벽한 연극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고, 노력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본을 보자마자 확신이 들었다던 이영애이지만 '아동학대' 소재는 출연을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다. 엄마로서 와닿는 부분이 더욱 아팠던 듯 하다. 이영애는 "아동 실종, 아동 학대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고민이 있었다. 엄마가 되니까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그 전에는 TV에서 아픈 아이들이 나오면 '도와줄 게 없을까' 하면서 가까이 섰는데 이젠 그런 뉴스가 나오면 오히려 뒤돌아서게 된다. 그럴 정도로 마주 대하기가 더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나 여운, 감동이 커요. 사회 문제에 대한 부조리들을 잘 짜인 시나리오를 통해 전달하는 게 더 (관객들에게) 와닿을 거라고 생각해요. 확신이 들어요. 이 사회는 선과 악으로만 나뉠 수 없고 늘 부조리한 사회에요. 이걸 다 보여주는 영화 속 개개인의 색깔들이 마음에 들었고, 퍼즐처럼 잘 짜여진 부분을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특히 이영애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아픔, 죄책감부터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을 찾고자 하는 뜨거운 강인함까지 모두 내보이며 혼신의 열연을 펼쳤다. 그는 "시나리오를 감독님과 함께 다듬어가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배 위에서 절규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 영화에서는 편집된 부분들이 몇 개 있다. 배우 입장에서는 폭발하는 감정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고 연습했던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배우 입장에선 아쉽긴 하지만 절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너무 힘들고, 어렵고, 현장에서도 눈물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절제해야겠더라. 10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어도 한두 가지만 표현하려고 연기 패턴을 가져갔다"라고 노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영애는 실의에 빠진 엄마를 표현하기 위해 민낯에 가까운 얼굴을 스크린에 펼쳐놓으며 사실감과 진정성을 더했다. 그는 "여배우에게는 세월이 주는 부담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에서 주름이 없고 팽팽했다면 '저 역할이 어울렸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주름이나 외모에서 주는 세월의 디테일이 오히려 연기에 더함을 주지 않았나 싶다. 헤어나 의상 등도 한 끗 차이지만 자연스레 스며드는 감성의 결을 깊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 이후 한동안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이영애. 독립영화 '아랫집'(2017),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2017) 등으로 연기 활동에 복귀하긴 했지만 공백이 길었던 탓에 그의 연기를 사랑하는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
이와 관련해 이영애는 "그렇게 오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그만큼 20대, 30대를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지 않겠나. 원하는 가정을 이루고 육아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어쨌든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을 때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게 아닐까 싶은 감사한 생각이 든다"라며 "특별히 낯선 것은 없다. 떨리고 긴장되고 흥분은 됐다. 시간의 간극이나 괴리감은 없었다"라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그러더니 "14년 만의 복귀 타이틀이 싫다기 보다는 부담이 된다. 14년이란 숫자 때문에 나이도 계산을 하게 되지 않나. 계산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긴 공백에는 결혼, 육아의 영향이 컸다. 이영애는 "그동안 작품 제안을 그렇게 많이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좋은 작품과 놓치면 아까운 작품들도 있었지만 육아 면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병행하기 힘들었다. 한 작품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실 아이들이 9살이기 때문에 엄마로서의 역할, 가정으로서의 위치도 중요하다. 어떻게 균형을 잘 지킬지, 지혜를 달라고 기도한다"라고 말했다.
"영화와 가정 중, 아무래도 가정에 비중이 좀 더 커요. 또 제가 체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병행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예전에 20대 때는 1년에 3~4 작품을 했었죠. 이젠 가정에 충실하고,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될 땐 남편의 도움을 받아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도 아이들과의 스케줄을 맞추는 게 힘들었어요. 혼자 있을 때는 나만 힘들면 됐는데. 다행히 아이 아빠가 애들도 재워주고 많이 이해해주고 노력해서 빈 자리를 채워줬죠. 그래도 미안하고 신경이 쓰여요."
연신 자녀 이야기에 웃음 짓는 '엄마' 이영애다. 결혼과 육아로 형성된 새 가정은 그의 성격을 변화시킨 터닝포인트가 됐다. 지난해 SBS 예능 프로그램 '가로채!널'에는 쌍둥이 남매 정승권 군, 정승빈 양과 함께 출연해 일상을 공개하는가 하면, 24일 '집사부일체'에도 함께 등장해 대중에게 한 걸음 더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갔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개설해 대중과 적극 소통에 나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비주의 이미지 타파'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영애는 "'신비주의'? 그런 거 없다. 저는 이전에도 특별히 신비주의로 가지 않았다. 다만 성격의 문제였다. 결혼 전후로 성격이 바뀌었다. 10대, 20대에는 원래 많이 부끄러움도 타고 카메라 앞에서만 연기를 했다. 밖에 나서지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CF에서 보여지는 '산소같은 여자' 이미지, 신비주의 등이 오래 남은 것 같다"라며 "결혼하고 나면 저 혼자만 숨어 지낼 수 없다. 여러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 뭐든지 과하지 않게 수위 조절을 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짧게 선보였던 '액션'에 욕심도 내비쳐 기대를 높였다. 이영애는 "유재명 씨와 했던 액션씬이 빙산의 일각이긴 했지만 액션스쿨에 가서 워밍업도 하고 유연함을 길렀다. 저는 잘 할 줄 알았는데, 몇 번 구르니까 어지럽더라.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해야겠다 싶다. 나중에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다. 액션의 재미를 봤다. 또 보는 분들에게도 안 어울릴 것 같던 사람이 그렇게 액션을 하니 재미와 충격을 받으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10대, 20대에 열심히 달려왔어요. 이 역할, 저 역할 다양하게 접하면서 실패도 많이 맛 봤고요. 그거 때문에 힘들기도 했고 조기종영도 당해봤죠. 30대에 좋은 작품을 만난 뒤 지나고 나니 과하지 않게 하고 싶어요. 과하면 뭐든지 욕을 먹고, 부작용이 생겨요. 연기 또한 모든 걸 끌어올려서 연기하면 사람들이 감동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조금씩 덜어내는 게 좋아요. 그렇다고 해서 '과하지 않게'가 인생의 모토는 아니에요.(웃음)"
이영애가 '나를 찾아줘'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현실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힘든 사람들이 더 많고, 열심히 해도 좋은 결과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줄거리다. 힘들어도 삶은 잃지 말아야 하고, 희망으로 살아가는 걸 보여주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나를 찾아줘'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사진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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