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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신재하(26)가 'VIP'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24일 밤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 연출 이정림)가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VIP'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VIP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오피스 멜로로, 방영 내내 뜨거운 화제를 몰고 왔다. 물론, 주된 반응은 분노였다. 불륜 서사가 심화될수록 화제성도 상승, 시청률도 고공행진이었다. 다만 '사이다' 없는, '고구마 전개'가 문제였다. 틈틈이 활력을 불어넣었던 인물은 신재하였다.
신재하는 VIP 전담팀 막내에서, 여자 주인공을 지켜줄 연하남 '서브 남주'로 급부상했다. 신재하가 연기한 마상우는 전담팀의 오지라퍼 막내 사원으로, 가십거리에도 관심 많고 성운백화점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 속이 시원한 인물이었다. 트렁크 쇼 준비로 다들 바쁜 상황에서도 졸아 상사에게 들키지만 능글맞게 넘기며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다.
그랬던 마상우가 달라졌다. 온유리(표예진)와 박성준(이상윤) 내연 관계에 힘들어하는 나정선(장나라)을 목격한 뒤 그의 옆을 묵묵히 지키는가 하면, 남몰래 초콜릿도 올려놓는 센스 가득한 남자가 됐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추악한 불륜 관계에 울분을 터뜨리던 이들은 마상우의 배려에 숨통을 트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종영을 약 일주일 앞두고 마이데일리와 만난 신재하는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다들 (나)정선이랑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상우가 정선이를 많이 챙기고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진행하지 않는다. 그런 것까지 나오려면 드라마가 연장이 되거나 더 빨리 나왔어야 할 거다. 우리 드라마 전체적인 그림을 놓고 봐서는 지금이 모든 게 적당한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처음에는 좋아하고 존경하던 선배에 대한 연민이었고, 지켜주고 싶은 짝사랑으로 발전한 건 맞다. 글로 읽었던 것보다 방송에서 더 크게 보여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마상우라는 캐릭터가 정선이를 위로해주는 게 부각되지 않나. 그런데 제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그리고 뒷부분을 찍고 나서도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8부까지 먼저 대본을 받았는데 시놉시스에도 되게 모호하게 써져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정선과 상우의 관계가 부각되고 화제가 돼서 뜻밖이다. 기분 좋은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여느 때보다 주변 반응이 뜨거웠다고 밝힌 신재하는 "화제는 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드라마 미니시리즈 1회에서 불륜을 까는 경우가 잘 없지 않나. 굉장히 타이트하다. 또 계속해서 페이크가 들어가서 화제성은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청률이 이 정도까지 나올 줄 몰랐다. 배우들끼리는 '2019 SBS 연기대상'에 누가 노미네이트가 되든 안 되든 다 함께 가서 축하해주고 우리의 마지막 한 해를 보내자고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VIP'의 주된 이야기는 온유리와 박성준의 '불륜 관계' 그리고 이를 지켜보며 무너지는 나정선이었다. 신재하는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봤을까. 그는 "저도 궁금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실제로 '오피스 와이프'라고 하는 게 암암리에 많다고 하더라. 마냥 드라마가 현실과 동 떨어지지는 않았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성준의 내연녀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청자들은 "마상우와 박성준이 부적절한 관계인 것이 아니냐"라는 추측도 내놓아 재미를 더했다. 신재하도 이러한 반응을 알고 있었다며 "저희도 촬영할 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저희끼리는 우스갯소리였는데,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저희 부모님까지 '진짜야?'라고 물으셨다. 재미있었다. 그랬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을 수도 있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박성준의 내연녀 찾기', 불륜 이야기가 극을 지배해 정작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VIP들의 세계는 조명되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었다. SBS 측이 초반에 강조했던 관전 포인트도 VIP들의 삶이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았다. 이와 관련해 신재하는 "처음에 보여드릴 수 있던 카드가 VIP들의 세계였던 것 같다. 뒷부분에 워낙 많은 이야기들이 얽히고설키는데, 우리의 소재를 오픈하는 순간 모든 게 싱거워졌을 것 같다. 처음부터 '불륜'이라고 했으면, 재미없었을 거다. 더 궁금해하시고 더 추리를 하면서 볼 수 있던 건 의외의 이야기가 나오고 사람들이 얽혀서인 것 같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결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종회에서 박성준과 온유리의 바닥은 그려지지 않았다. 나정선도 복수를 포기했다. 이들의 삶은 크게 흔들렸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바랐던 통쾌함을 생각하자면 다소 심심한 결말이다. 이에 신재하는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시고 화를 내실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권선징악은 다 이뤄진다. 잘못한 사람은 좌천되고 난리가 난다. 시청자 분들은 나정선이 정의구현을 하고 다 쳐내는 걸 원하실 거다. 대신 그렇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를 해놓는다. 자멸을 하게 되는 구조다. 저는 이 결말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정선이 정의 구현을 직접적으로 하면 그것도 너무 표독스러운 모습이 되어버릴 것 같다. 오히려 이렇게 끝나는 게 베스트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을 한다"
또 현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신 자랑하던 신재하는 장나라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장)나라 누나가 '너를 기억해'라는 드라마에서 잠깐 나오셨다. 사실 저는 그 때가 기억이 잘 안 난다. 너무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라 누나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신)재하 씨 우리 그 때 같이 했던 거 기억해요?'라고 하셨다. 너무 감동을 받았다. 같이 호흡을 맞춰 보니까 왜 장나라라는 배우가 인정을 받고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알게 됐다. 현장에서 자신의 것을 잘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을 품어주는 분이었다. 되게 사랑이 넘치신다"라고 치켜세웠다.
지난 2014년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로 데뷔한 신재하는 이후 드라마 '피노키오', '발칙하게 고고', '원티드',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슬기로운 감빵생활', '시를 잊은 그대에게', '오늘의 탐정', '웰컴2라이프' 등 여러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졌다.
특히 '웰컴2라이프'와 사전제작이었던 'VIP'는 촬영시기가 겹쳤다. '웰컴2라이프'에서 악인을 연기했던 신재하는 'VIP'에서는 사고뭉치, 귀여운 인물을 표현해야 했다. 이에 그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너무 달라서 고민이 컸는데, 진행하면 할수록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 쪽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한 쪽은 치유를 받는 느낌이다. 되게 공부도 많이 됐다. '웰컴2라이프'에서 연기를 새롭게 배웠고, 'VIP'에서 힘을 빼는 연기를 잘 보여준 것 같다. 한 단계 성장했다"라고 담담히 털어놨다.
특히 그는 학창 시절 모의고사 성적이 전국 1.2%였던 적이 있는 '엄친아'로,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는 아이스하키 선수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를 모았던 바. 그러나 신재하는 "아이스하키는 초등학교 때 잠깐 했고, 이후에는 취미로 했다. 모의고사 성적도 딱 한 번이었다"라고 말하며 민망한 듯 웃었다.
"'엄친아' 아니에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공부를 안 했는데, 갑자기 외고가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친 듯이 공부를 했죠. 아버지는 갑자기 제가 이상하다면서, 뮤지컬을 보여주셨어요. 그런데 또 제가 예고를 가고 싶어진 거죠. 아버지는 정 가고 싶으면 '이 정도의 성적을 만들어라'라고 하셨고 다시 공부했죠. 아슬아슬하게 1학년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딱 한번 상위 1.2% 성적표를 만들었어요. 운이 좋았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리가 2등급 나왔는데, 주관식 답을 다 찍었는데 맞은 거예요.(웃음) 그 이후로 공부 안 했어요."
어느덧 데뷔 6년차가 된 신재하는 지난 날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보통 '돌이켜보면 그 땐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하지만 저는 그 이상 잘 할 자신이 없다. 아쉬운 점들은 물론 있지만 잘 온 것 같다. 급한 마음은 내려놓고 더 즐겨보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전에는 불안한 마음에 쫓기듯 연기했어요. 일을 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고 도태되는 기분이었어요. 일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던 것도 운이었죠. 그래서 건강이 많이 상했어요. 주변에서 불안해해도 제가 못 놓았는데, 올해는 그런 걸 내려놓으려고 했어요. 다 부질없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좋아서 하는 건데.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놓치는 것 같았고, 흘려보내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즐거웠어요. 그 전에는 다음 작품을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번엔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던 해였어요."
마음의 여유가 생긴 신재하는 '런닝맨', '대화의 희열', '워크맨' 등 여러 예능 출연에도 욕심을 냈다. 그래도 우선은 연기였다. 그는 새롭게 도전하고픈 장르를 묻자 "잔인한 건 당분간 좀 쉬고 싶다"고 장난스레 말하더니 "진중하게 붙는 로맨틱코미디나 멜로를 해본 적이 없어서 해보고 싶다. 특히 사극을 하고 싶다. 매년 제 꿈인데 해본 적이 없다. 퓨전 사극도 좋고, '나의 나라' 같은 진중한 이야기도 도전하고 싶다. 계속 두드리고 있다. 아직 못 만났을 뿐, 기회만 오면 좋겠다"라고 전해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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