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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이지훈은 드라마 ‘99억의 여자’로 ‘섹시한 쓰레기’라는 애칭을 얻었다. 다소 과격하기는 하지만 이지훈이 연기한 이재훈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딱. 비록 내심 좋아하면서도 이지훈이 “제게 퇴폐미가 있는 게 아닌데…”라며 부끄러워하기는 했지만.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는 우연히 현찰 99억의 움켜쥔 여자가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이지훈이 이재훈 역을 맡아 정서연(조여정)과의 치명적 사랑부터 윤희주(오나라)와의 애절한 부부 연기까지 다양한 매력을 펼쳐 보였다.
첫 회부터 파격적인 연기로 시선을 끌었던 이지훈은 일부러 섹시하게 보이려기 보다 재훈이라는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계산하지 않고 현장에서 느끼는 대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투박하더라도 계산하지 말고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듬게 되면 이 인물의 철없는 구석들이 감춰질 것 같았죠. 포장하려 한 게 없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반에 ‘연기가 과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하던데, 조금 넘어가면서부터는 그런 말이 없어졌어요. 나중에 갔을 때는 그런 부분 때문에 힘이 생겨진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지훈은 실제 본인과 이재훈 캐릭터의 공통점으로 “철이 없는 것”을 꼽았다. “아직도 저는 저 스스로를 애라고 생각”한다는 이지훈은 “아이처럼, 포장하려고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 재훈이 밉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회를 한 회 남기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이재훈. 하지만 이 죽음은 원래 중반부에 등장할 예정이었다고.
“14부를 찍을 때 15부 대본이 나왔는데 (재훈이 죽는 신이)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은 거예요. ‘영웅본색! 내가 생각하는 게 맞나?’ 싶었죠. 다 끝나고 작가님께 여쭤봤어요. ‘영웅본색’ 오마주가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도 대본을 같이 봐주시는데 읽으시며 ‘이거 대사가 영웅본색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장국영 배우가 연기하신 것도 다시 보고, ‘난 재훈이처럼, 재훈이스럽게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지훈은 대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윤희주(오나라) 같은 아내를 둔, 이제야 희주를 향한 ‘찐사랑’을 알게 된, 죽음의 문턱을 두고 이젠 모든 것이 늦어버린 재훈과 그를 둘러싼 상황들이 안타까웠던 것.
“그 연기를 할 때 새벽에 나라 누나에게 전화를 드렸어요. 원래 통화신을 찍을 때 상대방 대사가 들린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하는데 진짜 누나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누나는 집에서 대사를 해주고 전 들으면서 연기를 했죠. 제가 ‘여보’라는 첫 대사를 하는데… 함께 한 시간이 있으니까, 목소리를 들으니까 눈물이 주체가 안 되더라고요. 되게 먹먹했어요.”
이지훈은 오나라와 호흡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인생 조언’도 많이 들었고, 오나라가 자신을 많이 챙겨줬다고 회상했다. ‘여보’라는 말도 처음에는 ‘야~ 미쳤나봐’라고 했지만 어느 순간 ‘여보 왔어?’가 됐다고. 이지훈은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베일을 벗기 전에는 두 사람의 나이 차가 14세라는 것에 주목하며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제가 나라 누나에 비해 인생을 사는 것도, 연기하는 사람으로서도 후배인데 기댈 수 있어 좋았어요. 걱정됐던 건 캐스팅 기사가 난 다음에 14세 나이 차에 주목하는 것 때문에 나라 누나가 의식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누나를 어떻게 하면 잘 받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목소리 같은 것도 누나와 있을 때 이질감이 없도록, 그런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드라마 초반 조여정과 격정 멜로를 선보이기도 했던 이지훈. 조여정과의 키스신이 데뷔 후 첫 키스신이기도 했다고. 그는 “(과거 작품에서) 볼에 뽀뽀는 해봤지만 키스신은 처음이어서 그때 땀이 손이랑 등이랑 목 뒤까지… 정말 애먹었어요”라고 고백했다. 특히 PD가 “남성미를 보여줘”, “한 번에” 등의 주문을 했다며, 더더욱 부담됐음을 전해 현장에 웃음을 선사했다.
“여정 누나한테 미리 ‘부족하지만 한 번에 OK 나게 할게요. 죄송해요. 양해 부탁드려요’라고 했는데 누나가 ‘편하게 해. 불편해하지마’라고 하셨죠. 그런데 NG가 한 5번은 났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장면을 아직 안 봤어요. 못 보겠더라고요. (웃음)”
이지훈은 조여정과의 일화도 공개했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고, 배우로서도 많이 배웠다고.
“여정 누나가 사람을 참 인간적으로 대해준다고 해야 하나, 촬영하면서 진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되게 따뜻한 사람이구나’를 느꼈죠. 누나한테 너무 감사했어요. 누나가 떡을 쏘신 적이 있어요. 제 마지막 신을 찍을 때, 대기실에 들어오니 떡 위에 메모장으로 ‘지훈이 떡! 지훈이 이거 꼭 챙겨가’라는 글이 씌여 있었어요. 그게 너무 뭉클했죠. 주인공이 되게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을 다 챙기더라고요. ‘이 정도의 사람이 돼야 주인공을 할 수 있는 깜냥이 되는 거구나’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이지훈은 ‘99억의 여자’로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전작 ‘신입사관 구해령’에서의 바른 캐릭터와 180도 달랐을 뿐 아니라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며 ‘배우 이지훈이 이런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걸 많은 이들에게 증명했다
“제가 해보지 않았던 인물을 연기했고, 조금 더 관계자분들이나 시청자분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여준 것 같아요. ‘이 친구에게 새로운 모습이 있구나’를 알아주셨으면 했는데 그렇게 보여준 부분들이 있는 듯해요. 개인적으로 좋고 기억에 남을 만한 드라마, 역할이었어요.”
이번 작품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이지훈. 실제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 작품들의 폭도 넓어졌다고.
“원래 전 제가 곱게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선이 곱고 여리여리한 역할들이 들어와서 살짝 의아했죠. ‘99억의 여자’를 하고 난 다음에는 남성미 있는 역할들도 연락이 오는 것 같아요. 역할이 겹치는 게 싫어 이재훈과 비슷한 역보다 안 해본 걸 찾아서 할 생각이에요. 회사 의견은 모르겠지만, 제 의견은 그래요. (웃음)”
[사진 = 지트리크리에이티브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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