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배구여제’ 김연경(32)이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김연경은 1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그랜드볼룸에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복귀 기자회견을 갖고 V리그 여자부 무대로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흥국생명 조병익 구단주, 김여일 단장, 박미희 감독도 행사장에 함께하며 김연경의 복귀를 축하했다.
지난달 22일 터키 프로배구 엑자시바시와의 계약이 끝난 김연경은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차기 행선지를 고민 중이었다. 당초 중국 프로배구 베이징행이 유력해 보였지만 한국 복귀 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흥국생명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김연경은 2013년 당시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에서 임의탈퇴 신분으로 해외에 진출하며 V리그 복귀 시 흥국생명으로 돌아와야 했다.
3일 첫 협상테이블을 차린 김연경. 복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연봉이었다. V리그 여자부는 팀당 최대 23억원을 쓸 수 있는 샐러리캡이 존재한다. 이미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에게 10억원을 소진한 흥국생명은 김연경에게 옵션 포함 최대 6억5000만원을 지급할 수 있었다. 터키에서 최소 16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던 김연경이 이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졌다.
김연경에겐 연봉보다 V리그 복귀가 우선이었다. 김연경은 “그동안 열심히 뛰어준 후배들을 위해 연봉을 양보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6일 1년 연봉 3억5천만원의 조건으로 11년만의 복귀를 확정지었다.
다음은 김연경과의 일문일답이다.
-복귀 소감은.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이제 흥국생명으로 김연경으로 인사하게 됐다. 만나 뵙게 돼서 너무 반갑고 11년 만에 많은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고 기대가 된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유니폼을 직접 입어본 소감은.
"분홍 유니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많이 설렌다. 지금이라도 코트에 가서 경기하고 싶다."
-국내 복귀 결심을 굳히게 된 결정적 계기는.
“많은 고민과 걱정을 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국가대표 훈련도 못하는데 얼른 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외 상황이 좋지 못해 확실하게 리그가 재개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회를 준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국내 복귀를 하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심했다.”
-연봉 피해를 감수한 결정이었는데.
“샐러리캡 걱정이 없진 않았지만 첫 목적은 경기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경기력을 먼저 생각하다보니 금전적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고 연봉 타이틀을 내려놓은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걱정이 많았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했는데 배구선수로서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했을 때 올림픽 메달이었다. 지금도 올림픽을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세계 에이전트, 구단들도 연봉을 보고 놀란다. 내년에 있을 올림픽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밖에서 본 V리그는.
“내가 뛸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관심 속에서 배구를 하지 못했다. 샐러리캡도 예전보다 좋아지는 상태다. 또 배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활성화가 되고 있다.”
-흥국생명 무패 우승이라는 이야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스포츠라는 게 쉽지 않다. 무패, 무실세트라고 하는데 말로는 우리가 전승을 할 수 있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승을 목표로 팀도 나도 준비를 할 것이다. 무실세트, 무패라는 단어는 조심스럽다. 뚜껑을 열어봐야한다.”
-절친 김수지, 양효진의 반응은.
"상당히 환영하고 너무 좋아했다. 워낙 친하다보니 앞으로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좋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적으로 만날 수 있어 싫은 부분도 있다."
-흥국생명 선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아직 흥국생명 선수들과는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현재 몸 상태는.
“아직 30대 초반이다. 괜찮은 편이다. 비시즌이라 휴식도 많이 취했고 치료도 많이 받았다. 웨이트트레이닝도 꾸준히 했다. 구단 복귀하면 근육량을 늘리고 선수들과 호흡도 잘 맞춰서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한다.”
-팀 합류 시기는.
“감독님과 상의할 예정이다.”
-향후 예능 출연에 대한 논의는.
“비시즌이기 때문에 많이 출연하면서 배구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경기력, 연습에 지장 없는 선에서 할 것이다.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시즌에 집중할 것이다.”
-유튜브 개인 방송 계획은.
“계속 해야 한다. 구독자 40만명을 넘어섰다.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다.”
-연봉 삭감과 함께 후배들을 위한 마음이란 말을 했다.
“흥국생명에 들어올 때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하면 피해를 주지 않고 들어와서 내 경기력 유지하면서 올림픽 준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샐러리캡 문제를 예상했고,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내가 감수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좋은 생각이라고 흔쾌히 말해주셨다.”
-계약 기간 1년은 다시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내년 생각까지 할 겨를이 없었다. 올해를 잘 보내서 내년 올림픽 준비를 해보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의문점이 많으실 것 같은데 그건 다음에 생각할 부분이라고 본다. 올해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이 미뤄졌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
“씁쓸함이 있었다. 안전, 건강이 제일 중요한만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 충분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준비에 여유가 생긴 거라 좀 더 잘 준비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잘 준비하겠다.”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없다. 받을 건 다 받았다.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에 신인상도 받았다. 팀이 우승하는 게 가장 클 것 같다. 더 크게 생각하면 내년 올림픽 메달이다.”
-2020-2021시즌 김연경이 생각하는 정규시즌 MVP는.
“우리 팀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여기 계신 기자분들에게 투표권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잘 부탁드린다.”
-국내 복귀가 올림픽에 미칠 영향은.
"이재영, 이다영과 같은 팀에서 뛰기에 국가대표에 갔을 때 호흡 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 같다. 먼저 팀 우승을 위해 준비하겠다."
-가장 견제를 해야 하는 팀은.
“모든 팀이 강하다. 특히 올해 IBK기업은행 등 전력이 강화된 팀들이 제법 있다. 올 시즌 재미있을 것 같다. 또 다른 팀들도 더 열심히 해서 실력을 올리려고 한다면 V리그 수준이 더 올라가는 장점도 있을 것 같다. 모든 팀들을 다 견제하겠다.”
-이제 한국이 잠시 쉬는 곳이 아닌 사는 곳이 됐는데.
“한국에 살려고 들어오다 보니 쇼핑할 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다. 집에 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잠깐 있다가 가기 때문에 안 샀던 물건들을 이제 사면서 사람이 사는 집으로 바뀌고 있다. 여유도 많이 생겼다. 이전에는 잠시 들어오는 것이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아 빡빡했는데 지금은 마음 편안하게 있다.”
-해외 생활을 통해 가장 많이 느낀 부분은.
“11년이라는 시간이 엄청 오래된 느낌이다. 일본, 중국, 유럽에서 뛰면서 배운 것들이 많았다. 가장 큰 건 프로 정신이다. 책임감, 몸 관리도 많이 배웠다. 배구선수로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혹시 지도자로서의 계획도 생각을 하고 있나.
“조금은 있다. 방송 쪽 생각도 있다.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는데 여러 방면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오랫동안 선수생활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나머지 5개 구단 팬들은 김연경 복귀를 두려워하는 눈치다.
“흥국생명 팬들에게 앞으로 좋은 모습,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 나머지 구단 팬분들도 그렇게 이야기하시지만 내가 플레이하는 걸 가까이 보시면 즐거워하실 것 같다. 응원팀이 비록 지더라도 좋은 경기력 보여드리면 그것 또한 그분들이 좋아하실 것이기에 최대한 열심히 해서 다른 팬들도 흥국생명 팬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
-2주 자가 격리 소감은. 대통령으로부터 '덕분에 챌린지' 지목도 받았는데.
“상당히 힘들다. 2주 동안 집에만 있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힘들었다. 처음 일주일은 대청소도 하고 버릴 것도 버리면서 금방 갔는데 그 다음 일주일은 정말 시간이 안 가서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 보냈다. 그러나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하다. 대통령님 지목을 받았을 때는 상당히 영광스러웠다.”
-현재 V리그 여자부에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외국인선수 제도가 트라이아웃이다. 그걸 자유계약으로 바꾸면 앞으로 좋은 선수들이 올 수 있고, 그 선수들에게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한국배구 수준이 올라갈 것 같다."
-선수단 내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생각인가.
“현재 주장이 김미연으로 알고 있다. 김미연을 잘 따르는 선배 언니가 되겠다. 가벼운 몸가짐으로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센 언니, 약한 언니 이런 부분 없이 선수들과 잘 화합하면서 가겠다.”
-복귀 기념 첫 월급은 어떻게 쓸 예정인가.
“7월에 첫 월급을 받는다. 이번에는 부모님께 드리는 게 아니고 내 자신에게 큰 선물을 하고 싶다. 내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겠다. 고급 가방을 생각 중이다.”
-새 시즌 각오.
“11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복귀해 너무 설렌다.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몸을 잘 만들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응원, 성원 부탁드린다. 우승으로 보답하겠다.”
[김연경.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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