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이후광 기자] 두산이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플렉센은 시즌에 앞서 총액 100만달러에 두산의 새 일원이 됐다. 봄부터 기대가 컸다. 호주와 일본 스프링캠프부터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묵직한 직구를 마음껏 뿌리며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등번호도 지난해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34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위력적인 투구를 뽐냈다. 초반 알칸타라보다 승운이 없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2선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도중 7월 16일 잠실 SK전에서 타구에 발을 맞은 것. 검진 결과 좌측 족부 내측 두상골 골절 소견이 나오며 두 달여 가까이 자리를 비워야 했다.
9월 9일 부상 복귀 이후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고, 9월 27일 키움전(7이닝 2실점)을 제외하면 크게 인상적인 투구가 없었다. 김 감독은 "아직 어린 선수라 경기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3일 잠실 KIA전에서는 5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챙겼으나 경기 도중 김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느린 템포와 소극적인 승부를 지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6회 도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서 내려왔다.
9월 수원 KT전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몸 상태는 정상이지만, 던지면서 체크를 해봐야 한다”며 “불펜투구가 괜찮았어도 경기 때 힘을 주는 건 또 다르다”고 이날 플렉센의 선발 등판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기우였다. 이날 기록은 7이닝 4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98구. 부상 복귀 후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팀의 귀중한 1승에 기여했다. 최고 구속 154km의 직구 아래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 다앙한 구종을 곁들이며 7월 16일 이후 약 세 달 만에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1회부터 삼진 3개로 아웃카운트를 잡는 위력투를 뽐냈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직구에 KT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후 4회 1사 후 황재균에게 안타를 맞을 때까지 10타자 범타 행진을 펼쳤고, 4회 2사 1, 2루에서는 강백호를 초구에 병살타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5회 무실점을 거쳐 6회 무사 1루서 다시 배정대를 병살타로 돌려보낸 플렉센은 중심타선을 만난 7회 삼진 2개를 곁들인 삼자범퇴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플렉센의 이날 역투로 두산 선발진은 다시 강력한 외인 원투펀치를 보유하게 됐다. 특히 지금이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인 시기라 호투가 더욱 반갑다.
플렉센은 경기 후 “KT와의 빅시리즈 첫 경기였는데 승리로 장식해서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남은 경기 내가 나갈 때는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크리스 플렉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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