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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울산 최창환 기자] 울산 현대모비스의 '영원한 캡틴' 양동근(39)이 은퇴식을 가졌다. 비록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팬들은 온라인을 통해 지켜봐야 했지만, 양동근은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2019-2020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양동근은 지난 11일 진행된 은퇴식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동천체육관을 찾았다. 양동근이 은퇴를 선언한 후 울산동천체육관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원주 DB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개막전을 마친 후 은퇴식을 진행하는 한편, 영구결번식을 치르며 양동근과 함께 했던 추억을 새겼다. 양동근의 등번호 6번은 전신 부산 기아 시절 포함 김유택(14번), 우지원(10번)에 이어 현대모비스에서 3번째로 영구결번된 등번호가 됐다.
양동근은 2019-2020시즌이 코로나19 여파로 조기종료된 직후인 3월 31일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양동근은 4월 1일 KBL에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 시절을 돌아봤고, 이후 약 7개월 만에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운동을 그만두니 금방 살이 찌더라"라고 운을 뗀 양동근은 "1개월에 1kg씩 7개월이니 7kg 정도 쪘다. 이번 달부터 다이어트 하려고 아침을 안 먹는데 저녁을 세끼 먹는다"라며 웃었다.
코트에서 항상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던 양동근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은 바 있다. 은퇴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계방송사 SPOTV의 스페셜 해설위원으로 3쿼터를 함께한 양동근은 딸 지원 양의 깜짝인사에 눈물을 훔쳤고, 은퇴식 때도 아내 김정미 씨의 한마디에 눈물을 흘렸다.
양동근은 "눈물이 안 흐를 줄 알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운동할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게 가족이다. 가족은 언제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누구에게라도 고생했다는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나는데, 가족들이 그 말을 하니 눈물을 못 참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동근은 이어 "해설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다. (김)동우 형과 워낙 친해 잘 유도해주셨지만, 방송사에 민폐를 끼친 것 같다"라고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의미 있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이날 DB전에 나선 선수들 모두 유니폼에 자신의 이름이 아닌 '양동근'을 새기고 경기에 나선 것. 김종규(DB)는 "그게 '양동근효과'다. 이름만 봐도 위축이 된다. 우리 팀도 곧 '김주성'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종규는 "(양)동근이 형과 프로팀에서 함께 뛴 적은 없지만, 대표팀에서는 꽤 오랫동안 함께 생활했다. 그래서 나도 같은 팀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양동근시대'에서 농구를 했다. 함께 농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고 전했다. 김종규는 이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결승득점을 어시스트해주신 덕분에 내 인생이 바뀌었다"라며 웃었다.
'12명의 양동근'이 치른 홈경기를 지켜본 양동근은 "17번(전준범)을 안 쓰길 잘한 것 같다. 17번은 양동근과 정말 안 어울리더라(웃음)"라고 말했다. 양동근은 이어 "외국선수들까지 내 이름을 달고 뛰는 걸 보니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행복하게 선수생활을 한 선수가 또 있었을까 싶다. 감사드린다. 내가 해온 것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KBL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던 양동근은 코로나19로 인해 현역 마지막 경기도, 은퇴식도 팬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무관중으로 힘겹게 이어가던 2019-2020시즌은 조기종료됐고, 새 시즌이 개막한 10월에도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하다.
양동근은 "내 복인 것 같다. 나처럼 은퇴하는 선수도 있는가 하면, 더 성대하게 은퇴하는 후배들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많이 흐른 후 "쟤는 왜 마스크 쓰고 은퇴했어? 20년 전에는 저게 유행이었어?'라고 회자 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양동근은 더불어 "나도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들 체육관에 오셔서 함께 호흡하고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지난 시즌이 흐지부지됐는데, 몇 개월이 흘렀는데도 사정이 안 좋다. 내 은퇴보단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라고 전했다.
한편,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마무리한 양동근은 오는 20일 유학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다.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의 은퇴 발표 당시 "약 1년간 코치 연수를 거쳐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명확하게 결정된 부분은 없다. "일단 영어공부를 하면서 미국대학농구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계획에 대해선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는 게 현대모비스 측의 설명이다.
양동근 역시 "미국이나 유럽의 유소년농구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어떤 식으로 운동을 하는지 꼭 보고 싶었다. 대학농구는 어떻게 다른지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는 볼 수가 없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시간을 막연하게 보낼 수도 없다. 일단 미국에서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가족들과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동근.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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