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아니, 감추려고 감춘 건 아니고요."
신한은행은 유승희, 김연희 등 유독 비 시즌에 주축 선수들의 큰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타 구단과 연습경기를 단 한 번도 갖지 않았다. 시즌에 맞붙을 팀들과 연습경기를 하다 보면 승부욕이 생겨 몸이 덜 만들어진 상황서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는 게 정상일 감독의 견해.
실제 신한은행은 남중, 남고와 연습경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타 구단에 전력을 노출하지 않았다. 물론 정 감독은 12일 하나원큐와의 홈 개막전을 앞두고 "감추려고 감춘 건 아니다. 전력은 한번씩 붙으면 다 파악되지 않나. 부상 때문에 그랬다"라고 했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효과는 있다. 운동능력이 앞선 남자 중, 고등학교와 연습경기를 하면서 시즌에 활용할 공수 패턴과 전술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다. 실전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다듬는 작업을 병행할 수 있었다. 프로 팀들끼리의 연습경기는 95% 이상 프리랜스 오펜스, 1대1 수비다.
정 감독은 "리바운드만 지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정 감독 말대로 신한은행은 제공권서 우위를 점했다. 수비가 잘 됐다는 의미이자, 하나원큐 특유의 빠른 트랜지션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신한은행은 2쿼터에 흐름을 장악했다. 유승희가 2년 공백을 딛고 돌아왔다. 김이슬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이경은의 백업 가드로 뛰었다. 전형적인 1번이 아니다. 그러나 에이스 김단비, 베테랑 한채진과 김수연이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미드레인지에서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2대2는 많지 않았으나 기브&고, 컷인 등 철저히 약속된 플레이를 했다. 한엄지와 김아름이 확률 높은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수비조직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엔드라인과 사이드라인에서의 트랩으로 하나은행의 공격 흐름을 적절히 차단했다. 2-3 지역방어와 맨투맨을 병행하면서 하나원큐의 세트오펜스 약점을 건드렸다. 지키는 수비와 스틸에 두루 능한 한채진이 중심을 잡았다. 김수연도 상대 빅맨들을 잘 막았다.
트랜지션이 좋은 하나원큐는 가드가 풍부하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신지현이 좋은 움직임을 많이 보여줬다. 자신의 공격과 도움을 물 흐르듯 분배하면서 팀 공격을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신한은행은 2쿼터에 18점차로 도망갔고, 3~4쿼터에도 흐름을 유지했다. 수비 성공 이후 트랜지션도 상당히 돋보였다. 하나원큐의 장점까지 신한은행이 보여주면서 흐름을 장악했다. 하나원큐는 후반에 에이스 강이슬이 묶였고, 실책도 잦았다.
신한은행의 73-55 완승. 최하위권으로 평가되는 신한은행이 하나원큐를 완파했다. 비 시즌의 철저한 '블라인드 연습경기'가 빛을 발했다. 확실히 준비가 잘 된 모습. 가용인력이 적고 베테랑 위주라서 전력 자체는 좋은 편이 아니다. 다만, 지략가 정 감독은 최근 항상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은 있다.
[신한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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