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될 수도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졌다. 그만큼 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비장한 각오로 복귀전을 치렀고, 모처럼 호투를 펼치며 팀의 상승세에 기여했다.
유희관은 15일 서울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1자책) 호투를 펼쳤다. 두산은 유희관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력을 묶어 16-3 완승, 3연승을 질주하며 3위로 올라섰다.
슬럼프에 빠져 지난 1일 한화전 이후 14일만의 복귀전을 치른 유희관은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비록 2회초 선취득점을 내줬지만, 이후 4이닝 연속 무실점 투구로 선발투수로서 임무를 완수했다. 유희관은 타선이 폭발력까지 발휘한 덕분에 9승을 신고, KBO리그 역대 4호 8년 연속 10승을 향한 도전도 이어갔다. 두산은 정규시즌 종료까지 10경기 남겨두고 있다.
유희관은 경기종료 후 “2군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팀이 치열한 순위싸움 중인데 고참, 선발투수로서 전혀 도움이 안 됐다. 훈련보단 정신적으로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었다. 다행히 감독님과 코치님이 기회를 주셨다”라고 말했다.
유희관은 이어 “10승에 대한 끈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다시 지푸라기라도 잡게 됐다. 졌다면 10승을 포기했을 것이다. 불쌍했는지 야수들이 대량득점해줬다. 남은 경기에서 어떤 로테이션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선발이든 불펜이든 어느 위치에서라도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유희관은 올 시즌 유독 굴곡이 많은 행보를 이어갔다. 두산이 2~5위를 오가는 살얼음판 레이스 중인 만큼, 한화전에서도 반등하지 못했다면 향후 유희관에게 만회할 찬스가 주어졌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유희관 역시 “너무 떨렸다. 첫 선발 등판할 때보다 더 긴장됐다. ‘오늘 못 던지면 시즌 마지막 등판’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박)세혁이가 마운드에 올라와 ‘너무 진지하게 던져서 웃기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개인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 팀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데 내가 못 던져서 키움전에 앞서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도 걱정됐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화는 이날 경기에 대비, 유희관 또는 좌완투수에 강한 타자들을 상위타선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1회초를 삼자범퇴 처리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9승을 따내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
유희관은 “1회초를 무사히 넘긴 게 가장 컸다. 노태형에게 약했는데, 맞대결에 앞서 운 좋게 좌타자 2명을 잘 넘겼다. 1회 실점, 피안타율도 높은 편이다. 오늘도 부진했다면, 초반부터 호떡집(불펜)에 불났을 것”이라며 웃었다.
두산은 최근 12경기에서 10승을 수확, 시즌 막바지 중상위권 순위싸움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라울 알칸타라-크리스 플렉센이 안정적인 구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토종 선발투수들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플레이오프 직행도 노릴만한 기세다.
유희관은 “아무래도 가을야구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최근에 이기는 경기를 많이 했다.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그게 야구의 재미이기도 하다. 올 시즌에도 마지막에 웃는 경기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해온 날보다 할 날이 적게 남았다. 야구가 조금 더 소중해졌고, 계속해서 웃으면서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유희관. 사진 = 잠실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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