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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신수원 감독의 섬세한 접근이 통했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가 차가운 세상을 온기로 감쌌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젊은이의 양지'(감독 신수원) 언론시사회가 열려 신수원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호정, 윤찬영, 정하담, 최준영 등이 참석했다.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갔다가 사라진 후 변사체로 발견된 실습생으로부터 매일 같이 날아오는 의문의 단서를 통해, 모두가 꿈꾸는 밝은 미래로 가기 위한 인생실습이 남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그린 극현실 미스터리. 메가폰을 잡은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 '마돈나', '명왕성' 등의 전작들에서 가장 현실적인 소재로 공감을 이끌어냈던 바다. 이번에는 스릴러 장르를 연상시키는 긴장감을 전면으로 내세워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표현했다. 날카로운 주제 의식 덕에 이탈리아 피렌체 한국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부산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일본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체코 프라하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이끌었다.
신 감독은 "2016년에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19살 실습생이 죽었던 사건이 있다. 그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전동차에 치여서 살갗이 뜯겨나갔고 핏자국이 스크린도어에 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품은 가방 안에 컵라면과 스패너가 들어있었다는 게 그 잔상이 잊히지 않았다. 이후 방송 다큐를 봤는데 많은 일들이 있더라.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촬영 직전에 고 김용균 씨의 사고가 터졌다. '명왕성'을 만든 이후에 19살의 이야기를 또 한번 하게 됐다. 무거운 마음이지만 꼭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출발했다"라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실제 콜센터 직원과 20대 청년이 보러왔었다. 그 청년이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많이 울었다'고 했다. 달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저도 이 영화를 찍으며 느끼게 됐다. 또 콜센터 직원은 제게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굉장히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영화 '프랑스여자', '영주', '화장', '나비' 등의 작품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동표범상, 백상예술대상 여자 조연상, 황금촬영상 인기여우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기상을 수상한 관록의 배우 김호정이 계약직 센터장 세연 역을 맡아 파리목숨 직장인의 심정을 섬세하게 그려나갔다.
그는 "제가 사실 신수원 감독님의 팬이다. 감독님의 작품은 늘 사회적인 문제를 극에 훌륭하게 녹인다. 동참하게 돼 기쁘게 생각하면서 촬영에 들어갔는데 힘들었다. 세연이라는 인물은 나름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았던 인물이지 않나. 준이 앞에서 좋은 어른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데 가해, 비극적 역할이었다. 그래도 단순하게 악역으로 접근하기보다 이 사회의 피해자이기도 한 양면적인 모습을 녹이려 했다"라고 전했다.
신 감독도 김호정에 대해 "제가 '마돈나' 때 포주 역할을 시켰다. 굉장히 지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 분에게 그렇게 시켰다. 잠깐 출연했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화장'에서도 연기가 너무 좋았고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그랬다. 제가 좋아하는 인상과 마스크다. 꼭 같이 해보고 싶어서 세연이란 인물로 함께 하자고 했다. 세연이 가진 강박증, 까칠함과 부드러움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놀라운 배우였다"라고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생일', '당신의 부탁'을 비롯해 최근 촬영 중인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나이에 걸맞은 의미 있는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가고 있는 배우 윤찬영은 19살의 실습생 준 역할을 맡았다. 신 감독은 "윤찬영 군은 당시에 실제로 19살이었고 준 역할은 19살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 만났을 땐 본인이 경험한 부분이 아니라 저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제가 잘 꼬셔서 같이 하자고 했다. 당시 19살이 가질 수 있는 모습들을 가지고 있었다. 볼에 여드름도 실제로 있어서 그대로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 아이다운 모습 등이 다 있어서 좋았다. 굉장히 집중력 있는 배우다"라고 함께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윤찬영은 "작년에 촬영했는데 준이와 같은 나이였다. 제 주변 친구들은 거의 고3이라 입시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고생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준이를 발견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준이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노력한 바를 밝혔다.
데뷔작 '들꽃'을 시작으로 '재꽃', '스틸 플라워', '항거: 유관순 이야기', '허스토리'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독립영화계의 루키로 떠올랐던 정하담은 취준생인 세연의 딸 미래로 분해 극적인 전개에 박차를 가한다.
신 감독은 정하담 캐스팅 계기에 대해 "'스틸 플라워'라는 작품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만났을 때 캐릭터에 대해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힘들 때 말로 하기보다는 웃음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제가 생각한 미래와 비슷해서 좋았다"고 말했고 정하담은 "미래의 나이와 같은 나이에 연기를 했다.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미래의 마음과 가까웠다"고 공감을 표했다.
영화 '판소리 복서', '유열의 음악앨범',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최준영은 미스터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인 명호 역으로 등장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저는 대변자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센터장과 준이의 대화 중에 '여기에 애가 있는데 어른이 아무도 없어요'라는 대사를 들으며 청년에게도,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겠구나 싶더라. 정말 방황하고 힘들 때 품어줄 수 있는 어른이 있을까 싶다. 또 어떻게 그런 어른이 되어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명호가 그 어디쯤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진정성 있는 몰입을 엿보게 했다.
현장 말미 신 감독은 "저도 어느덧 어른이 됐다. 저도 그렇고, 제 주변에도 좋은 어른들은 없다.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하더라도 생각하는 어른이 되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래서 어른들도 많이 봐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김호정 또한 "이 지구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지쳐있고, 소외돼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영화라는 것에서 공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지 않나.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본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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