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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듬직한 체구에 우직한 인상으로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왔던 배우 이재윤(37)이 자신이 가장 잘 소화하는 면모에 허당기를 한 스푼 더해, 보다 더 풍성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지난 24일 종영한 SBS 드라마 '앨리스'(극본 김규원, 강철규, 김가영 연출 백수찬)는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소재에 휴먼 요소를 가미해 새로운 휴면 SF극을 탄생시켰다. 판타지 설정을 적절히 뒷받침하지 못한 결말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긴 했으나 거대한 스케일과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호평을 받았다. 그 결과, 최종회는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시청률 9.8%(2부)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전 채널 1위이자 금토드라마 1위로 마무리했다.
이 가운데, 이재윤은 주인공 박진겸(주원)의 파트너 형사 캐릭터인 김동호로 분해 드라마의 활기를 톡톡히 책임졌다. 무감정증진단을 받을 만큼 냉정한 박진겸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인간미 넘치는 남자였다.
최근 서면 인터뷰로 마이데일리와 만난 이재윤은 '앨리스' 출연 계기에 대해 "새로운 연기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출연했다"고 밝히며 "동호는 예전에 연기 했던 역할과는 차이가 있다. 나의 장난스러운 면을 이용 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물론 임하는 마음은 진지하지만, 현장에서 장난하듯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경험이 즐거웠다. 방송 모니터링을 하면서 나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서 공부도 많이 됐다. 사전 제작이 아니었다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었을 부분들이 보여 아쉽기도 하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가 출연했던 지난해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드라마 '조선생존기'도 타임슬립물이었다. 연달아 유사한 설정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이재윤은 "두 작품 모두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한 작품이지만, '앨리스'에서는 현재에 머물러 있다. 주제 자체가 쉽지 않고, 상상력만으로 연기해야 하는데 늘 그렇듯 상황에 충실하다 보니 크게 어렵진 않았다"라고 여유를 보였다.
동호는 시종일관 긴장감 넘쳤던 '앨리스' 전개에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틈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윤은 "형사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노력했다기보다는 예전에 연기한 인물과는 다르게 표현 하고 싶었다. 매 순간 진지하기보다 때론 농담과 행동으로 장면의 분위기를 바꾸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초반에는 강약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 때론 너무 과하고, 어쩔 때는 너무 차분해서 조금 더 에너지를 보여 달라는 감독님의 요구가 있었다. 상황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내가 ‘동호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운동 기구나, 음식, 작은 소품을 이용해서 장면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창의적으로 연기하려 했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실제로 이재윤은 허당 매력이 넘치는 김동호를 연기하기 위해 무려 20kg의 체중을 증량했다. 그는 "감독님의 부탁이 있었다. 촬영 전 미팅 당시 모습보다는 더 듬직하고 많은 근육으로 무장했으면 하시더라. 제가 숨만 쉬어도 살이 워낙 잘 빠지는 편이라 증량이 쉽지 않았다. 평소에는 잘 안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매일 하고 식사량을 늘렸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고, 체중계에 올라갈 때 마다 보이는 변화에 즐겁게 임했다. 생전 처음 100kg에 가까운 내 몸무게를 볼 수 있었던 새로운 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배우 주원, 김희선과 함께 한 순간들도 뜻 깊었다. 이재윤은 "현장에서 김희선 누나와 주원이는 최고였다. 다들 너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김희선 누나는 함께 연기하는 동료 배우들을 존중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주원이는 한결같이 동료 배우들과 촬영 스태프들에게 편안하게 대해 줬다. 저는 낯을 가리는 편인데, 주원이가 오히려 오래 전부터 알고지낸 느낌으로 대해줘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특히 주원은 무감정증의 박진겸을 연기 하느라 제가 옆에서 까불어도 웃지도 못하고 참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가끔 반응 없는 모습에 동호가 아닌, 나 이재윤이 민망하기도 했다"며 "그나저나 동호가 항상 박경위님을 따라 다니기만 하고, 도움이 많이 안 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재윤은 올해 초 촬영을 마친 영화 '특수요원'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다시 한 번 ('앨리스'와) 비슷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도 배우에겐 필요한 것 같다. 경직된 걸 풀어주고, 함께 유연해질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한다면 한 단계 발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에게도 '어떤 배우'로 기억되는 것보다 '어떤 작품에서든' 기억에 남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당분간은 동호 같은 친숙하고 편안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 = 아이엠닷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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