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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제훈 형이에요. 그루라는 고민 많고 어려운 캐릭터를 맡은 상황에서 혼자였다면 못 해냈을 것 같아요. 경험이 많은 대선배가 계셔서 그냥 의지하고 붙어서 믿고 갔죠. 형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유품정리사 그루 역을 맡아 빈틈없는 열연을 펼친 배우 탕준상(17)의 말이다. 그는 28일 오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제훈을 향한 팬심을 드러내며 "둘이 붙는 장면이 가장 많았다. 형이 항상 현장에서 100% 몰입해서 연기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 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호흡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형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주셨다. 공감되는 말을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돕고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는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앤젤 아이즈'를 집필한 윤지련 작가가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 김새별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받아 썼고 메가폰은 영화 '개를 훔치는 방법'의 김성호 감독이 잡았다.
탕준상은 사람과의 관계에는 서툴지만 고인들의 마지막 흔적을 대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진심을 다하는 스무 살의 유품정리사 그루로 분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따뜻하고 진정성 있게 바라보기 위해 김 감독과 많은 고민과 대화를 거친 그는 그루 캐릭터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매력으로 고스란히 그려냈다.
탕준상은 "감독님이 저를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처음 보셨다더라. 스님 역으로 염불을 외는 장면을 보고 그루가 가오리 주문을 외는 것과 겹쳤다고 하셨다. 또 포털사이트 프로필에 짧은 머리카락을 하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이 사진을 보고도 그루의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하셨다"라고 회상하고 "사람마다 성격과 개성이 다른 것처럼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한 사람을 참고하기엔 조심스럽고 제멋대로 하기엔 욕되게 할까 봐 진정성 있게 연기하려고 했다. 그루 특유의 행동이나 시선 처리는 감독님의 코칭을 받고 믿고 갔다"라며 캐릭터 소화를 위한 노력을 짚었다.
유품정리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두고는 "말 그대로 유품을 정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과 대본을 읽고서야 떠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마지막 이사를 돕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별하고 감정적,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한 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죽는 날이 오면 유품정리사에게 의뢰를 맡기고 싶을 정도다. 잘 살아가서 부끄럼 없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무브 투 헤븐'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2003년생으로 올해 19살이 된 탕준상은 드라마를 보지 못해 아쉽다며 "찍을 때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나올 거로 생각을 못 했다. 친구들과 같이 정주행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은 내년 1월 1일에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후시 녹음이나 후반 작업을 통해 몇몇 장면은 부분적으로 봤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아쉽기도 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탕준상은 200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해 '엘리자벳', '서편제', '킹키부츠', ‘모차르트!', '레 미제라블', 드라마 '할매는 내 동생', '사랑의 불시착', 영화 '영주', '7년의 밤', '생일', '나랏말싸미' 등 규모와 매체를 가리지 않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최근에는 SBS 새 드라마 '라켓소년단' 주인공으로 발탁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아직 연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겸손해한 그는 "전에는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긴장되고 부끄럽고 무서웠다. 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데 제작진을 믿으니 현장이 덜 무서워졌다.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거워졌다. 현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는 "더 많은 분께 처음 보이게 된 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지만 하필 그때 코로나19가 터져서 밖에 돌아다니질 못했다. 인기를 몸소 실감하진 않는다. SNS 팔로워 수나 댓글, DM(다이렉트 메시지), '좋아요'를 보며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아져 조금 느끼고 있다"라며 웃었다.
롤모델은 배우 조승우와 조정석이다. 탕준상은 "매 작품 다르게 기억될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라며 "뮤지컬, 영화를 하면서 같은 연기지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지난달 홈스쿨링으로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그는 "친구도 사귀고 새로운 환경이 궁금해서라도 대학에 꼭 가고 싶은데 능력이 될지 모르겠다"라면서도 "열심히 작품을 하며 다른 과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지식과 배움이 부족해서 현재는 연극영화과로 준비해 대학에 붙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알렸다.
'무브 투 헤븐'은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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