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불과 1년 만에 '풍비박산'이 났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V리그 여자부에는 역대급 우승후보가 탄생했다. 바로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은 FA 자격을 얻은 '간판스타' 이재영을 눌러 앉힌데 이어 이재영의 쌍둥이 동생인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도 FA 영입하면서 단숨에 우숭후보로 급부상했다. 이것도 모자라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던 '배구여제' 김연경도 전격 합류, 흥국생명은 뚜껑도 열리기 전에 '절대 1강'으로 떠올랐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로 흥국생명의 전력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당연히 분위기는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우승에 대한 부담이 더해졌다. 선수들이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흥국생명에게 '우승'은 너무나 당연한 단어였던 것이다. 김연경은 "통합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으며 이재영과 이다영은 "김연경 언니의 열정을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V리그를 강타한 '학교폭력 파문'은 '슈퍼팀' 붕괴의 전조를 나타내고 말았다. 흥국생명은 과거 학폭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에게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내리기에 이르렀고 그렇게 정규시즌 우승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며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지는 올랐으나 끝내 GS칼텍스에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여기에 거취를 놓고 고민하던 김연경은 중국 상하이와 계약하면서 해외 리그 복귀를 확정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의 선수 등록을 추진했지만 싸늘한 여론에 밀려 이마저 포기했다. 박춘원 흥국생명 구단주는 "학교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깊이 인식하고 두 선수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들과의 원만한 화해를 기대했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단은 두 선수가 현재 선수로서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미등록하기로 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V리그 역사에 남을 슈퍼팀의 탄생은 1년 만에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흥국생명이 이다영의 그리스 리그 이적을 추진하더라도 이재영이라도 돌아온다면 V리그로 돌아온 캣벨, 김해란 등과 함께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