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한국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지금 봐도 소름이 돋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특히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당시 병살타를 이끌어낸 투수는 바로 정대현이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국제용'으로 통했던 정대현은 잠수함 투수가 낯선 국가의 타자들을 상대로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이제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한국야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또 한번 금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과연 이번에도 '국제용 잠수함'은 등장할 수 있을까. 일본이야 잠수함 투수에 익숙하지만 미국, 이스라엘,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상대라 할 수 있다.
KBO 리그 통산 승수에서 전체 3위이자 잠수함 투수로는 가장 많은 152승을 거둔 이강철 KT 감독은 고영표(KT)가 이번 올림픽에서 '국제용 잠수함'으로 맹활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퀄리티스타트(QS) 제조기로 활약하며 7승 3패 평균자책점 3.38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있는 고영표는 당당히 대표팀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무엇보다 대표팀의 '핵잠수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종훈(SSG)이 팔꿈치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고영표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가 일본은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도미니카공화국 등 타자들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면 그냥 헛스윙할 것 같다. 무엇보다 방망이와 공의 차이가 많이 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고영표와 마찬가지로 최원준(두산)도 체인지업을 던지지만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각이 더 크다"라는 이강철 감독은 "호세 피렐라(삼성)도 헛스윙하더라. 로베르토 라모스(전 LG)는 하나도 맞히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고영표는 올해 KBO 리그 최고의 외국인타자로 꼽히는 피렐라와 어떤 승부를 했을까. 지난 5월 12일 수원 삼성전에서 피렐라를 처음으로 만난 고영표는 1회초 첫 타석에 직구 2개를 던져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117km 체인지업을 떨어뜨려 헛스윙을 유도한데 이어 또 한번 낮은 체인지업으로 승부해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4회초에는 113km 커브로 좌익수 플라이를 잡았다. 정직한 직구 승부가 아닌 변화구로 충분히 피렐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투수코치를 지냈던 이강철 감독의 기억에는 임기영(KIA)이 대만 타선을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제압한 기억이 생생하다. "대만이 왼손타자 7명을 내세웠지만 체인지업을 치지 못 했다"는 것이 이강철 감독의 기억이다.
과연 고영표는 '국제용 잠수함'의 바통을 이어 받을 수 있을까. 올해 외국인타자들을 상대로 피안타율이 .129(31타수 4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국제대회에서의 활약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의 공은 충분히 통할 것 같다"라면서 "결론은 멘탈을 이기고 들어가느냐 중요하다. 이미 이길 수 있는 무기는 갖추고 있다. 상대가 생소한 볼이라 치기 쉽지 않다"고 고영표의 활약을 자신했다.
[kt 고영표가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 vs kt위즈의 경기에 선발등판 하고 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