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한국야구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참사가 기록됐다. 바로 '요코하마 참사'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머물렀다. 어떤 종목은 '아름다운 4위'라고 칭송을 받기도 하지만 야구 대표팀에게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전승 신화를 창조했던 기쁨은 온데간데 없었고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동메달마저 목에 걸지 못하면서 비난 여론이 커졌다.
과거에도 '참사'로 남은 대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한국야구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프로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드림팀'이라는 별칭이 따라 다녔다. '드림팀'은 승승장구했다.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시작으로 1999년 서울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야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2003년 '삿포로 참사'가 터지고 말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만과 일본에 무릎을 꿇으며 올림픽 티켓 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로 대성공을 거둔 기쁨도 있었지만 그해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역시 대만과 일본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동메달을 따내는데 그쳤다. 이 역시 '도하 참사'로 불린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으로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지만 이후 WBC에서는 이렇다할 국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3년 WBC는 '타이중 참사', 2017년 WBC는 '고척 참사'로 남아있다. 야구의 변방인줄 알았던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에게 패하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이번에 겪은 '요코하마 참사'는 그 무게감이 달라 보인다. 이전에 있었던 삿포로 참사, 도하 참사, 타이중 참사, 고척 참사는 KBO 리그 개막 전이나 시즌 종료 후 열렸는데 이번엔 리그가 진행 중인 시기에 참사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에 참여한 선수들은 '국내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리그에 돌아가서 맹활약을 해도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웃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다.
또한 도쿄 올림픽에 앞서 터진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한 파문이 야구 팬들의 등을 돌리게 했는데 올림픽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기는커녕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켰으니 야구계를 바라보는 팬들이 시선이 더욱 차가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은 8일 귀국 인터뷰에서 연신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고 강백호의 태도 논란에 대해서는 "지도자들이나 선배들이 가르치고 주의를 주면 될 것 같다. 야구가 너무 좋지 않은 쪽으로 공격을 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여러모로 한국야구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하루 아침에 달라질 일은 아닌 것 같다. 한국야구의 미래가 달린 문제인 만큼 야구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야구대표팀 박세웅과 양의지가 7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결정전' 대한민국 vs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5회초 2사 2루서 점수를 내준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 = 일본 요코하마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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