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라운드락 익스프레스) 공백은 컸다. 국제대회, 특히 세계대회서 압도적 에이스가 없는 게 너무나도 큰 제약이었다.
시간이 약간 흘렀지만, 여전히 한국 야구대표팀의 도쿄올림픽 노메달은 충격이다. 김경문 감독도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를 짜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원태인(삼성), 고영표(KT), 이의리(KIA), 김민우(한화), 박세웅(롯데), 최원준(두산) 등 선발투수만 6명을 엔트리에 포함했다. 최원준, 박세웅, 원태인을 중간으로 돌려 긴 이닝을 맡길 구상을 하고 도쿄올림픽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완벽한 패착이었다. 원태인은 불펜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고 미국과의 준결승서 무너졌다. 몇몇 뛰어난 불펜 투수들을 제외하면서 중반 이후 중요한 시점에는 언제나 조상우(키움)가 등판해야 했다. 결국 탈이 난 조상우는 미국과의 준결승서 무너졌다.
김 감독의 디시전은 명확한 실패지만, 좀 더 크게 바라보면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후 확실한 압도적 에이스가 없는 한국야구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 2년 전 프리미어12만 해도 김광현과 양현종이 있었다. 이들은 가장 중요한 경기서 최소 6~7이닝을 책임지며 전체적인 마운드 운용을 수월하게 했다.
이번 대회는 세 사람이 모두 빠진 첫 메이저 국제대회였다. 결과적으로 5이닝 내외를 겨우 기대할 수 있는 선발투수들로는 전체적인 마운드 운용이 뻑뻑할 수밖에 없었다. 준결승부터 동메달결정전까지 미국,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에 잇따라 패배하면서 가장 큰 공백이 에이스였다.
한국야구의 '포스트 도쿄올림픽' 과제는 명확하다. '류-김-양'을 잇는 확실한 국제용 선발투수를 육성하고 경쟁시켜야 한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많은 야구인이 지적한 부분이다. 메이저리그에 자리잡은 류현진과 김광현을 더 이상 국제대회에 부르긴 어렵다. 이들의 나이도 30대 중반이다.
이미 10개 구단은 2~3년 전부터 20대 초~중반의 선발투수들을 적극적으로 1군에 기용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고영표와 이의리는 분명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만족할 게 아니라 더 많은 선발투수를 발굴하고 기회를 주고, 국제대회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것만이 답이다. 절대 하루아침에 '류-김-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후반기 순위다툼에 뼈대 역할을 할 수 있는 20대 초~중반의 선발투수들이 있는지 봐야 한다. 올림픽서 쓴맛을 본 원태인과 김민우의 재기부터, 선발되지 못한 2년차 소형준(KT) 등의 행보를 눈 여겨 볼 만하다. 1구단들의 육성 정책, 지도자들의 관리도 중요하다. 당장 11일 고척에서 맞붙은 젊은 선발투수, 소형준과 최원태(키움)의 희비가 엇갈렸다. 올 시즌 주춤한 최원태가 5⅔이닝 5피안타 1탈삼진 4사사구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분명한 건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년 프리미어12, 언젠가 다시 개최될 월드베이스볼클래식서 한국 선발투수들은 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대회, 특히 세계무대서 압도적 에이스 없이는 정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한국야구는 그 평범한 진리를 요코하마에서 확인했다.
더 이상 '류-김-양'을 그리워해선 안 된다. 더디지만, 언젠가 포스트 '류-김-양'이 나올 수 있도록 지도자, 구단 관계자 등 많은 사람이 힘을 쏟고 있는 것도 기억할 만하다. 요즘 팬들의 비판을 많이 받는 KBO리그지만, 젊은 선발투수들의 성장 혹은 성장통은 그래도 KBO리그를 볼 만한 이유 중 하나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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