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롯데 손아섭(33)은 앞으로 몇 개의 안타를 더 칠 수 있을까.
손아섭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와의 경기에서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돌파하면서 결승타까지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롯데는 4-3으로 승리해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손아섭은 1회초 무사 1루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 3루수 앞으로 향하는 기습번트로 안타를 생산했다. 손아섭의 통산 2000안타였다. KBO 리그 역대 13번째로 2000안타를 달성하는 감격을 맛본 손아섭은 무엇보다 역대 최연소(33세 4개월 27일)-최소경기(1636경기) 2000안타 대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정말 굉장히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KBO 리그 레전드 선배님들과 함께 같이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라는 것이 손아섭의 소감. 손아섭에 앞서 박용택(2504안타), 양준혁(2318안타), 김태균(2209안타), 박한이(2174안타), 정성훈(2159안타), 이승엽(2156안타), 이진영(2125안타), 장성호(2100안타), 홍성흔(2046안타), 이병규(2043안타), 최형우(2021안타), 전준호(2018안타) 등 내로라하는 레전드 선수들이 2000안타 고지를 점령했다.
사실 우여곡절 끝에 달성한 2000안타였다. 손아섭은 지난 6월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안타 1개를 기록했지만 이 경기가 서스펜디드로 중단되면서 아직 기록이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1999안타로 전반기를 마감해야 했다. 오는 10월 7일에 재개될 예정인 이 경기가 끝나면 손아섭은 7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2000안타를 달성한 것으로 변경되며 최연소(33세 3개월 22일)-최소경기(1631경기) 기록 역시 변동이 생긴다.
"홈에 가서 2000안타를 치라는 하늘의 뜻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홈 팬들 앞에서 대기록을 세울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는데 본의 아니게 전반기가 끝나면서 휴식기에 뭔가 찝찝한 기분이 있었다"는 손아섭은 "아니나다를까 후반기 시작하고 나서 안타가 계속 나오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을 했다. 기습번트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손아섭은 "내가 최근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였다"면서 "상대 투수가 1군 경험이 많지 않고 컨트롤이 잘 안 되다 보니 타자와의 승부에 급급할 것이라 생각했다. 상대가 번트를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번트를 댔는데 결과적으로 안타가 됐다"고 밝혔다.
손아섭이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는 순간, 가족을 떠올렸다. "제일 먼저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나에게 야구를 시켜주신 분이다. 내가 운동에 소질이 있어 보여서 어머니께서 권유를 하셨고 이렇게까지 성장하는데 있어 어머니와 친형이 너무 많은 희생을 했다.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손아섭은 2000안타라는 대기록을 품에 안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직 나이가 많지 않고 앞으로 선수 생활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대한민국 역사의 맨 꼭대기에 있는 기록은 세워보고 싶은 생각은 하고 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긴 여정을 출발해야 할 것 같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앞으로 손아섭이 향할 긴 여정의 끝은 무엇일까. 손아섭은 "야구하면서 2000안타를 생각하고 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기록을 정해놓고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초심 잃지 않고 몸 관리를 잘 해서 매 타석마다 소중하게 기록을 쌓다보면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3000안타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3000안타를 꼭 이루겠다는 것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2000안타를 쳤듯이 한국에서도 엄청난 기록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라고 내다봤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장훈이 기록한 3085안타가 유일한 3000안타 기록이다.
손아섭이 깨어나면서 롯데도 덩달아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후반기 들어 4승 1패로 대반전을 꿈꾸고 있다.
"내가 초반에 민폐를 많이 끼쳤다. (안)치홍이, (전)준우 형, (정)훈이 형이 잘 했는데 내가 출루를 많이 했으면 타격이 더 활발했을 것이다. 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팀의 전반기 공격력이 아쉬웠던 것 같다"는 손아섭은 "젊은 투수들이 전반기에 쌓은 경험이 마운드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강)윤구도 트레이드로 와서 잘 해주고 있고 젊은 투수들의 공이 좋아졌다. 수비하면서도 느낄 정도다. 투타가 전반적으로 한 단계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손아섭이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KBO리그 롯데-LG 경기 7회초 2사 1루에 역전 1타점 2루타를 쳤다.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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