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런던 유주 정 통신원] "일단 SNS 사진부터 내리고, 당신을 아는 이웃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탈출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라."
탈레반이 점령한 서아시아 아프가니스탄의 여자축구 선수들이 신변 위협을 호소하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생존과 직결되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전직 대표팀 주장인 칼리다 포팔의 휴대전화는 두려움을 호소하는 동료 및 후배 선수들의 연락으로 불이 나고 있는 수준이다. 포팔은 현재 덴마크 코펜하겐에 머물고 있다.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탈레반은 한때 아프간의 지배 세력이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당시 오사마 빈 라덴 등 알카에다 세력에 은신처를 제공했다 미국에 의해 축출됐다.
이후 빼앗긴 정권을 되찾겠다며 아프간 정부군 및 미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과 20년간 전투를 벌여 왔다.
그리고 올해, 미국의 아프간 철군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탈레반의 점령지도 서서히 확대됐다. 그리고 탈레반은 최근 카불까지 점령하며 ‘아프간 탈환’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이슬람 근본주의 아래 여성은 ‘남성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자 소유물’로 여겨진다. 외출도 제한되고, 신체도 드러낼 수 없다.
탈레반 재집권으로 아프간에선 이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이 대폭 강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여자축구 선수들에겐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한때 아프간 여자축구계엔 국가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선수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축구를 업으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들은 충분히 ‘숙청’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포팔은 여자 선수들에게 “일단 집에서 도망치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하고, 사진들을 빨리 내리고 은신처로 몸을 숨기라고 이야기해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는 입을 닫고 도망치라고 말해야 한다.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간 여자 선수들은 선수로 활동하는 내내 성희롱과 살해 협박 등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각종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여자축구 대표팀 공식 계정들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사진 = 칼리다 포팔 인스타그램]
유주정 통신원 yuzuju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