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정)우람 선배님에 비하면 전 신생아 수준이죠(웃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세이브를 따낸 김범수의 말이다. 다만, 가슴 한 구석에 품고 있는 포부에 대해서도 숨기진 않았다.
김범수가 정우람을 대신해 마무리투수로 나섰다. 김범수는 지난 21일 서울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마무리투수로 등판, 1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김범수는 한화의 3-1 신승을 마무리 지으며 지난 2019년 9월 16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705일만이자 개인 통산 2호 세이브를 따냈다.
김범수의 최근 구위, 정우람의 컨디션을 고려한 마운드 운영이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김범수에게 마무리투수를 맡긴 것에 대해 “구위와 구속이 좋은 투수며, 책임감을 주고 싶기도 했다. 앞으로도 어제처럼 접전 상황에서 던져줘야 할 투수다. 그 역할(마무리투수)을 한 번 주고 싶었고, 정우람은 최근 어깨치료를 받느라 조금 쉬기도 했다. 그런 부분까지 감안해 김범수를 마무리투수로 투입했다”라고 말했다.
김범수는 최근 들어 투구 직전 공을 쥐고 있는 손을 글러브에 치는 루틴을 거쳐 투구에 임하고 있다. 정우람을 대표하는 루틴이기도 하다. “후반기에 아직 몇 경기 치르진 않았지만, 글러브를 치고 투구를 하니 밸런스가 잘 맞는다. 중심이 뒤로 가서 (몸이)쏠리지 않고, 팔이 잘 나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게 된다.” 김범수의 말이다.
김범수는 이어 “2018년쯤에도 잠깐 해봤는데 그땐 밸런스가 안 맞는 느낌이었다. 최근 들어 ‘뭐라고 해봐야겠다’ 싶었고, 마침 우람 선배님이 하시는 게 생각이 났다. 캐치볼 때 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 그래서 곧바로 마운드에서 실행했는데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범수가 모처럼 세이브를 따냈지만, 이것이 한화의 마무리투수 변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김범수는 갖고 있는 재능이 좋고, 나중에 한화에서 마무리투수로 충분히 어울릴만하다. 로사도 코치와 이 부분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있다. 어제 타자의 약점을 파악하고 피칭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아마 김범수에게는 현 시점이 올 시즌에 있어선 자신감이 최고점에 있는 시기일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 팀 마무리투수는 정우람”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김범수 역시 충분히 마무리투수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범수는 이에 대해 “불펜 역할을 계속 맡게 된다면, 마무리는 누구나 하고 싶을 것이다. ‘꿈의 역할’이다.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직 제 뒤에는 우람 선배님이 계신다. 우람 선배님에 비하면 전 신생아 수준이다. 우람 선배님이 계실 때 많이 배워서 그 단계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범수는 더불어 정우람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좌완투수고, 세이브도 많이 따내셨다. 그만큼 경기운영, 경기가 안 풀릴 때 대처하는 방법 등 정말 많은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사람 몸은 다 다르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서 가져와야 할 것 같다. 항상 물어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간 벤치에서 전달받았던 지시도 이제 이해가 간다는 게 김범수의 설명이다. 김범수는 “야구가 안 되다 보니 솔직히 누가 얘기해도 귀에 안 들어왔다. 투수코치님이 변화구 던지라고 하시면 이해는 가도 그게 안 되니까 스트레스를 받게 돼 귀에 안 들어왔다. 지금은 공이 원하는 방향대로 잘 들어간다. 그래서 코치님이 왜 그렇게 귀가 따갑도록 얘기하셨는지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범수는 최근 구위가 살아나며 타자를 상대하는 수도 더욱 다양해졌다. 강속구가 아닌 변화구로 삼진을 이끌어내는 빈도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22일 8회말 김재환의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낸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김범수는 “상대가 알고도 못 쳐서 직구로 삼진 잡을 땐 상쾌함이 있다. 변화구로 삼진을 잡을 때는 다르다. 특히 볼카운트 0-2 상황이면 ‘넌 끝났다’라고 생각하며 던진다. 예전에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게 불안했다. 땅에 꽂히는 경우도 있어 던져야 하나 고민한 경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슬라이더에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전했다. 김범수의 달라진 팀 내 입지,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한마디였다.
[김범수. 사진 = 잠실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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