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2세 주장, 37세 은퇴, 6만 달러 용병을 보는 불편한 시선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타월을 던진다(throw in the towel)'. 프로복싱 전성 시대에 많이 본 모습이다. 수건을 사각의 링 안으로 던져서 경기 기권, 포기를 공표하는 행위다.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와일드카드 제도를 메이저리그(MLB) 보다 먼저 도입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페넌트레이스가 펼쳐지는 리그가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다.
올 시즌도 선두 KT 위즈와 최하위 한화 이글스까지 20경기 정도 승차가 있으나 그래도 모든 팀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정지택)도 이례적으로 후반기 연장전 제도를 중단하고 패넌트레이스 완주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냈다.
그런데 KBO리그 페넌트레이스가 종반전을 앞두고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과거에 없었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혹시라도 도쿄올림픽 휴식,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포스트시즌 경기도 단축돼, 2021시즌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전제 하에 구단들이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은 KBO리그 재도약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3일 사이에 연속적으로 벌어졌다. 지난 26일 KIA 타이거즈가 브라질 국적의 신시내티 레즈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 루이빌 배츠 소속 우완 투수 보 다카하시(24)를 이적료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 연봉 6만달러(6600만원) 조건에 계약했다.
페넌트레이스가 거의 두 달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아무리 KIA가 9위에 처져 있다고 해도 비자 발급, 입국, 격리, 적응 훈련 등으로 최소 한 달 이상 공백이 생기는 용병을 굳이 왜 계약했느냐 의문이 생겼다.
더욱이 연봉 6만 달러 용병이라면 KIA의 퓨처스리그 자원으로도 대체 가능하고 오히려 우리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닐까? 구단 설명대로 내년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KIA는 올시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 된다.
다음 날인 8월27일,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키움 히어로즈가 주장 박병호(35)의 자진 사퇴 의사를 받아들여 선수단 자체 투표를 거쳐 고교 졸업 후 프로 5년 차인 22세 내야수 김혜성을 새 주장으로 선임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연소 주장이다. 지금은 LG 선수가 됐지만 서건창이 히어로즈 시절 27세에 주장을 한 적이 있다고 해도 22세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홍원기감독은 ‘선수들의 지지를 받았다. 나이가 어리지만 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주장이 하는 일은 소통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식으로 표현하면 ‘선수단의 리더(clubhouse leader)’가 ‘주장(captain)’이다. 뉴욕 양키스의 상징은 ‘캡틴 데릭 지터’였다. 군대 계급으로 캡틴은 대위다. 대위는 육군의 경우 야전병들의 중대장이다. 연락병이 아니다. 전투의 책임을 지고 중대를 이끌어야 한다. 키움은 주장을 ‘연락병’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우려가 된다.
또 하루가 지난 28일 최하위팀 한화가 느닷없이 팀의 주장으로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이성열의 자진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시즌 잔여 경기를 퓨처스리그 전력 분석원으로 일한다고 덧붙였다.
이성열은 2018시즌 131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 34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지난 14일 홈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친 3회말 만루홈런이 그의 마지막 기록으로 남았다.
구단은 본인의 명예로운 은퇴 결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37세인 그가 좋은 추억을 가지고 스스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리빌딩이라는 대 전제를 내세워 설 자리를, 부진과 슬럼프를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최하위에서 의미 없이 용병 타자는 교체하면서 팀에 기여한 베테랑 선수를 외면했다. 이성열을 포기하는 한화는 과연 페넌트레이스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프로구단은 그 어떤 순간에도 ‘타월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