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롯데가 과연 막판 포스트 시즌 진출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까? 구단은 '히든카드'를 준비했을 것이다. 구도(球都) 부산의 자존심을 걸고 마지막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시즌 초반인 지난 5월10일 롯데는 팀 성적이 최하위로 떨어지자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퓨처스리그 래리 서튼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올시즌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강렬하게 천명한 것이다.
마침내 후반기에 기회가 왔다. 키움이 흔들거리고 있고 NC가 중요한 순간에 구단 자체적으로 이동욱감독을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제 롯데는 5위로 올라갈 기회를 노리게 됐다. 롯데는 8위지만 5위 NC와의 승차는 5게임(8월30일 현재)으로 해볼 만하다. 그 간절함이 2016년 5월 한화 김성근감독이 떠오르게 했다.[2016년 5월 김성근감독 막다른 골목 진짜 승부수는 칼럼 참조]
김성근감독(당시 74세, 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고문)은 2016년 어떻게 해서는 버텨보려다가 최악의 경우 오른 발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5월5일 서울삼성병원에서 긴급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사흘 후인 8일 어버이날 한화-kt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인터넷 중계였다. 잠시 의자에 앉아 경기를 보다가 무리가 왔는지 침대로 옮겨 누워서 지켜봤다. 처음에는 한화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용병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첫 등판하니 컨디션과 구위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결국 팀이 4-7로 패배가 굳어지는 순간까지 보고 화면을 끄라고 했다.
언제 퇴원해 언제쯤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복귀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자 “아직은 모르겠다. 그런데 나를 불러주기는 할까?”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았는데 정작 자신의 몸이 견뎌주지 못했다.
무엇인가 상황이 다르게 느껴졌다. 74세의 ‘노장(老將)’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으로 보였다. 500개씩 펑고를 쳐내던 건강에 모두 위기가 왔고 분위기는 사면초가(四面楚歌)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였다. ‘야신(野神)’으로 불리던 김성근감독 야구와 당신의 야구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노장’으로 사라질 것인가?
2014년이다. 일본 기업 후지 필름의 CEO인 고모리 시게타카(당시 77세) 회장은 ‘진짜 승부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후지 필름이 몰린 막다른 골목은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과 손 쓸 틈도 없이 빠른 보급화로 필름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회사 이름 자체가 필름을 의미하기까지 했던 미국 기업, 코닥은 2012년 이미 파산 신청을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후지 필름은 본업을 포기하고 오히려 더욱 매출이 늘어났다. 일본 기업, 후지 필름의 부활을 이끈 CEO가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이다.
한화 이글스와 김성근감독, 그리고 후지 필름과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의 위기 상황은 절묘하게 닮아 있었다. 한화 구단은 2015시즌 김성근감독을 영입해 단숨에 최고 인기 구단이 됐다. (사)한국프로스포츠협회(KPSA)가 주관한 프로야구단 평가에서 단연 일등을 차지했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2015시즌은 한화로 시작해 한화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2016시즌 기대는 더 컸다. FA 정우람 영입, 에스밀 로저스와 재계약 등으로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그러나 시즌 시작하자 마자 LG에 개막 2연전서 연장전 끝에 패배를 당하면서 곧 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팀은 최하위로 처졌고 전력을 가다듬을 만하니까 김성근감독이 수술을 받았다.
김성근감독 야구의 특징은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주목을 받은 축구는 ‘수비를 강화하고 치명적인 실점을 막은 뒤 긴 패스로 역습하는 축구’였다. 볼 점유율에 초점을 맞췄던 스페인 등이 몰락하고 기습으로 역습하는 독일이 우승을 차지했다. 막판에 오는 기회를 잡는다는 점에서 김성근감독 야구는 독일 축구와 비슷하다.
올시즌 롯데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면 김성근감독이 펼쳤던 전면 압박 야구를 펼치는 것이다.
현 일본 소프트뱅크 고문 김성근 감독은 1942년 생 79세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잭 매키언 감독이 80세의 나이에 플로리다 말린스 감독으로 복귀해 화제가 됐다. 비록 한 시즌을 치르지 못했지만 시가를 물고 있던 그 모습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남아 있다.
79세인 김성근감독은 80세가 되는 2022시즌 어디서 어떤 야구를 꿈꾸고 있을까?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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