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1988년 대한민국 최초 민자역사 양원역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가미해 새롭게 창조한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이 드디어 관객을 마주할 채비를 마쳤다. 산뜻한 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에 위로를 더했다. 올 추석 온가족이 즐길 힐링 영화를 찾는다면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2시간. 준경(박정민)이 집에서 출발해 학교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뿐이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 준경의 목표는 단 하나다. 바로 기차역이 생기는 것. 하지만 오늘로 54번째 청와대에 손편지를 보내보지만 여태껏 답장 한번 받지 못했다.
입학식 첫날부터 준경의 비범함을 한눈에 알아본 라희(임윤아). 준경을 유심히 관찰하며 관심사 파악에 나선 라희는 기차역 짓는 것을 도와준다는 핑계로 그와 친해지기에 성공한다. 라희는 방과 후 맞춤법 수업부터 각종 아이디어와 정보 입수까지 아낌없는 지원으로 거침없는 실행력을 발휘하고 급기야 준경은 대통령배 수학 경시대회에 도전한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만 거듭될 뿐더러 원칙주의 기관사인 준경의 아버지 태윤(이성민)은 아들에게 무뚝뚝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준경은 친구 같은 지원군이자 누나인 보경(이수경)의 진심 어린 응원에 힘을 얻는다. 오로지 기차역을 위한 준경의 노력은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
'기적'은 데뷔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로 수많은 관객에게 잊지 못할 여운을 선사한 이장훈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미장센,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가족애를 더욱더 업그레이드해 억지 감동 없는 웰메이드 휴먼 드라마 장르로 그려냈다. 준경과 라희를 볼 때면 잘 만든 한 편의 청춘 소설 같다가도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를 마주하면 다큐멘터리 같은 착각이 든다. 또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주는 충격은 오래도록 가슴에 머물러 끝내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배우진의 앙상블이 유독 도드라진 영화다. 예상대로 대체 불가능의 연기를 선보인 박정민, 적당한 온도로 통통 튀는 유쾌 발랄 임윤아, 절절한 가족애로 눈물샘을 자극한 이수경, 노련하게 극의 중심을 이끄는 이성민.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탄탄한 연기를 선보인다. 준경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김강훈과 등장만으로 관객을 웃음 짓게 만든 깜짝 특별 출연도 주목할 만하다.
이 밖의 재미 포인트로는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는 80년대 소품과 에피소드다. 카세트테이프, 오락기, 즉석 사진기, 공중전화기와 빨간 우체통은 낭만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80년대 교복 자율화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과감한 색상, 패턴을 가미한 다채로운 의상이 더해져 그때 그 시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오는 15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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