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LG '광토마' 이형종(32)에게 전반기는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 전반기에 홈런 8개를 쳤지만 타율은 .218로 곤두박질을 쳤다. 지난 해 81경기만 나오고도 개인 최다인 홈런 17개를 터뜨리면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현실은 달랐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달라진 모습이다. 이형종의 후반기 타율은 .348(46타수 16안타)에 달한다. 홈런 1개와 타점도 8개도 수확했다.
이형종의 최근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가 바로 2일 잠실 NC전이었다.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형종은 3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100% 출루에 결승타까지 때렸다. LG는 이형종의 맹타로 5-0 완승을 거두고 파죽의 6연승을 질주했다.
이형종은 어떻게 부활했을까. 그는 슬럼프를 겪던 자신에게 새로운 임무를, 아니 그동안 자신이 기피했던 일들을 시도했다. 그것도 무려 3가지씩이나.
그가 시도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수염 기르기였다. "원래 수염을 기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연예인들은 수염을 멋있게 기르는데 나는 수염을 기르면 칙칙해 보인다"는 이형종은 "하도 안 되니까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깔끔하게 면도를 한 상태다. "수염을 기르고 경기마다 안타를 쳤는데 지난 일요일(8월 28일) 대타로 한 타석에 나가 안타를 못 쳤다. 원래 수염을 깎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안타가 끊겼으니 핑계 삼아서 수염을 잘랐다"는 것이 이형종의 말.
사실 수염이야 알아서 자라니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형종이 또 하나 시도한 것은 바로 독서.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올해 뭔가 더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감독님이 바뀌셨으니 팀 컬러도 바뀌는 것이 맞는데 내가 적응을 잘 하지 못한 것 같다. 부담감으로 이어지고 내 자신을 놓쳤다"는 이형종은 "나를 위해서 책을 읽어봤다. 이전에는 책을 펼쳐보는 정도였다. 덕분에 자존감도 높아지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형종은 독서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만 했던 자신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
죽기보다 싫은(?) 일도 해봤다. "운동선수인데 걷는 것과 뛰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웃음을 지은 이형종. 오랜 시간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걷고 뛰는 것은 일상과 같았다. 따라서 일상을 벗어난 시간에는 운동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야구장에서 맨날 뛰어다니지 않나. 예전에 100바퀴도 뛰어봤다"는 그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간 웨이트 트레이닝은 꾸준히 소화했지만 러닝머신은 근처도 가지 않았다. 그런 그가 바뀌었다. 이형종은 "요즘 경기 전에 러닝머신을 타고 있다. 보름 정도 됐다. 40~50분 정도에서 많으면 1시간 정도 뛴다"면서 "돌파구를 찾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아내가 '무슨 운동선수가 걷고 뛰는 것을 싫어하냐'고 말하기도 하더라"는 이형종은 "제일 하기 싫은 것을 해보고 싶었다. 해보니까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재밌었다. 땀이 나면 뭔가 해냈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까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나이는 베테랑에 속하지만 타자로 뛴 것은 5~6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20대 중후반에 겪어야 할 일을 지금 겪다보니 더욱 더 빠져들고 정체성에 고민도 왔다"는 이형종은 후반기 맹타로 타격감을 끌어 올린 것에 대해서는 "타격감은 조금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가끔 못 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마침 KT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형종의 후반기 분전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무조건 한국시리즈 직행을 해야 우리 팀도 훨씬 승산이 있다. (김)현수 형부터 (이)재원이와 (이)영빈이까지 잘 해주고 있어서 우리가 강팀이 됐다는 느낌이 많다. 이 분위기를 몰아서 최대한 높은 순위로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진심을 전했다.
[LG 이형종이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LG의 경기 1회말 1사 1,3루에서 적시타를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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