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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프로에 와서 이렇게 길게 슬럼프가 온 것은 처음이다"
올해 두산 외야수 정수빈(31)의 행보는 험난하기만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획득한 정수빈은 6년 총액 56억원에 잔류하면서 새 시즌 활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최근 1군에 복귀하기 전까지 1할대 타율에 머무르는 최악의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정수빈이 비록 타격에서 극악의 부진을 보였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가 갖춘 수비와 주루 능력을 활용하려고 했고 다시 한번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정수빈이 1군 무대로 돌아온 것은 확대엔트리 시행 첫 날인 지난 1일이었다.
2군을 다녀오면서 절치부심을 한 것일까. 정수빈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의 경기에서 3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정수빈이 7회말에 터뜨린 2타점 중전 적시타로 두산은 6-1로 달아나면서 쐐기를 박았고 결국 7-1로 승리, 귀중한 1승을 추가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정수빈은 교체 출전으로 찾아온 기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정수빈이 9월 복귀 후 기록하고 있는 타율은 .429(14타수 6안타)에 달한다. 시즌 타율도 .221로 상승했다.
"스타팅이 아니었는데 (김)인태가 빠지면서 내가 들어갔다. 계속 준비는 하고 있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편이었다. 좋은 타구를 날렸다. 오랜만에 잘 맞은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본 정수빈. 그가 2군에 있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2군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는 정수빈은 "타격감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고 최근에 많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FA 계약 첫 해이기에 그의 부진에 유독 시선이 많이 쏠렸다. 그는 핑계를 거부했다. "야구를 오래했지만 정말 힘든 것 같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내가 못했다. 핑계를 댈 것이 없다"는 것이 정수빈의 말이다.
정수빈이 부진의 늪에 빠진 사이에 김인태가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금도 주전 한 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그도 인정했다. 정수빈은 "항상 주전 자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내가 못해서 못 나간 것이라 인정한다. 나보다 인태가 잘 했기 때문에 주전으로 나간 것이다. 딱히 할말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비록 FA 계약 첫 시즌이 순조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수빈은 "올해는 내가 욕을 먹어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야구를 해야 할 날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 못한다고 해서 뒤로 물러날 수는 없다"라면서 "앞으로 계속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정수빈은 유독 '준비'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어느덧 프로 12년차를 맞은 정수빈은 프로 입문 후 가장 혹독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그 역시 "프로에 와서 이렇게 길게 슬럼프가 온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할 정도. 그는 "이전에도 슬럼프는 있었지만 항상 이겨내고 야구를 했다. 올해는 유독 길어졌다"라고 말을 이었다.
하필 두산도 7위로 주춤하고 있어 미안함이 더 컸다. 정수빈은 "팀이 잘 하고 내가 못하면 그나마 덜 미안할텐데 팀에 더 미안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정수빈과 두산 모두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이제 정수빈과 두산에게 남은 것은 47경기.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두산 정수빈이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KBO리그 키움-두산 경기 4회말 1사 1루에 안타를 쳤다.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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