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차피 컨트롤이 좋은 투수는 아니니까."
SSG 좌완 김택형(25)은 2015년 프로 입단 이후 제구력이 좋다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좌완 치고 느린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빠른 편도 아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해 김택형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4.7km.
올 시즌 53⅓이닝을 던지면서 42개의 탈삼진을 잡는 동안 29개의 볼넷을 내줬다. 물론 2020시즌 22탈삼진, 20볼넷(23이닝)에 비하면 향상됐지만, 객관적으로 삼진/볼넷 비율이 여전히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성적은 커리어하이다. 41경기서 4승2패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04. 커리어 내내 5점대에서 7~8점대를 오간 걸 감안할 때 환골탈태했다. 시즌 초반에는 추격조로 뛰었으나 어느 순간 필승계투조로 변신했다. 또 어느 순간 9회 이전 가장 중요한 상황을 책임지는 메인 셋업맨이 됐다.
그리고 8일 인천 LG전서 '마무리' 임무를 띄고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사실 시즌 첫 세이브는 3일 인천 두산전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김원형 감독으로부터 보직 변경을 통보 받지 않았다.
그래도 1이닝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김택형에게 마무리 보직 통보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중요한 순간이었고, 등판 지시가 떨어졌으니 최선을 다해 투구해 경기를 잘 마무리했을 뿐이다.
김택형의 마인드가 그렇다. 일종의 무념무상이다. 8일 인천 LG전을 마치고 "마무리라고 해도 아직 뭐가 뭔지 모르고 한다. 전반기에 추격조를 할 때 마무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 단계씩 올라왔다"라고 했다.
물론 시즌을 준비하면서 불안한 제구를 다잡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마인드 변화라고 느꼈다. 김택형도 '공은 좋은데 제구가 안 되는 투수'였던 시절을 돌아보며 "왜 그랬나 싶다. 욕심도 많았다. 그냥 내 직구를 믿는 것, 그게 가장 크다. 불안하다 싶으면 위축되고 잘 안 풀린다. 자신감을 가지니까 내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무념무상을 넘어 역발상을 한다. 김택형은 "나는 어차피 컨트롤 좋은 투수는 아니다. 2볼에서 3볼이 되더라도 자신 있게 던지자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볼넷이 적지 않지만 '볼넷을 주면 어쩌나'라는 생각은 잊었다. 5일 고척 키움전서 다시 셋업맨으로 등판해 부진했지만(1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 어디까지나 지나간 경기다.
김택형은 "성적을 생각하고 등판하지 않는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하고 있다. 부담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면 끝이 없다"라고 했다. 여전히 특급성적과 거리가 있는 마무리지만, 마인드만큼은 마무리에 어울린다.
그런데 김택형의 '마운드 밖'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었다. 7일 마무리투수 통보를 받기 직전과, 통보를 받은 뒤 셋업맨으로 보직을 바꾼 서진용과의 일화다. 김택형은 김원형 감독으로부터 면담을 통보 받고 "전날 못 던져서(5일 키움전) 혼나러 들어가나?"라고 생각했다.
마무리 통보를 받은 뒤에는 괜히 서진용의 얼굴을 보기가 껄끄러웠다. 서진용의 자리를 빼앗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김택형은 "괜히 좀 미안했다"라고 했다. 그러자 서진용이 마무리의 경기준비에 대해 김택형에게 얘기를 해주면서 서먹함을 풀었다. 김택형은 "뭔가 멀리하게 됐는데, 진용이 형한테 그런 얘기를 듣고 서먹했던 게 없어졌다"라고 했다.
[김택형.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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