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감독은 구단주가 아니다...지난 해 손혁 사퇴처럼 보이지 않는 손 있는 듯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 키움 홍원기(38)감독이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KBO와 구단 자체 징계를 받고 있는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을 징계가 끝나면 페넌트레이스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이다.
그런데 비난이 홍원기감독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사회적 정의, 야구팬들의 정서가 언급되고 있다. 물론 한현희 안우진 사태가 벌어지고 KBO리그가 중단되는 등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한현희와 안우진이 잘못했다.
홍원기 감독도 선수단 관리 소홀에 대해 사과를 하고 지난 달에는‘KBO와 구단의 징계가 끝나더라도 올시즌에는 한현희와 안우진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랬던 홍원기 감독이 16일‘일주일 간 고민을 하다가 두 투수를 쓰기로 결정했다. 팀의 모든 구성원, 선수단 전체가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가 한 말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한현희와 안우진을 기용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서 명확하게 지적하고 나갈 부분이 있다. 한현희와 안우진을 쓰지 않겠다는 결정 권한이 홍원기감독에게 있는가? 반대로 홍감독이 쓰고 싶다면 구단이 반대해도 쓸 힘은 있나?
오래되지도 않았다. 겨우 1년 전인 지난 해 10월8일 키움 손혁 감독이 감독직에서 자진사퇴한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나왔다. 당시 키움은 73승1무58패로 승률 5할5푼7리를 기록하며 3위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자진사퇴를 했다는 것이다. 키움 구단은 ‘손혁감독이 전날인 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패한 뒤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구단은 논의 끝에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감독대행으로 당시 수석코치였던 홍원기 현 감독도 아닌 김창현 퀄리티 컨트롤 코치가 선임됐다.
그러나 그 누구도 손혁감독이 자진사퇴했다고 믿지 않았다. 본인도 애써 입을 다물었다. 키움은 해가 바뀌고 나서야 금년 1월21일 홍원기 수석코치와 계약 기간 2년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등 총액 6억원에 감독 계약을 맺었고 2021시즌이 시작됐다.
키움은 NC 두산 SSG와 치열하게 4위, 혹은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와일드카드를 놓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해 3위를 하고 있던 손혁 감독은 어느날 자고 나니 해고됐고 짐을 싸서 팀에서 나갔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그렇다. 구단주가 잔여 연봉줄테니 나가라고 하면 집에 가야 한다.
NC 다이노스와의 비교도 나오고 있다. NC 다이노스가 구단 경영진을 교체하고 이동욱감독의 10경기 출장 정지 구단 자체 징계까지 내리면서 방역 수칙 위반 사태와 음주 등 불미스러운 일에 단호하게 대처한 배경에는 김택진 구단주의 확고한 의지가 있다.
이번 홍원기감독이 징계가 끝나면 한현희, 안우진을 쓰겠다고 한 것은 감독의 결정 사항이 아니다. 적어도 어떤 사정이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구단 경영진이 결정하고 지시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만약 홍원기 감독이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손혁감독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야구단 감독은 누구 말대로 ‘일용 계약직’이다. 계약 기간이 보장 된 자리가 아니어서 일용직과 같다. 결정 권한도 버틸 힘도 없는 감독을 비난하면 어쩌나?
한현희와 안우진도 마찬가지다.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자마자 바로 방출된 송우현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구단에서 뛰라는 지시가 내려졌는데 ‘더 반성 하겠다’고 거부하면 ‘임의탈퇴’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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