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저는 상관 없어요. 제가 뭘 누리자고 그런 게 아니에요."
추신수는 SSG의 맏형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자신의 야구만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 처음으로 KBO리그를 경험하면서 타자들의 경기준비 환경이나 열악한 원정라커룸 문제 등을 지적하며 많은 야구인의 공감을 샀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코로나19가 터지자 마이너리거들에게 금전지원을 하는 통 큰 선행으로도 화제가 됐다. 올 시즌에는 SSG 1군 선수들은 물론 2군 선수들에게까지 각종 장비를 제공했다. 후배들을 향한 정신적 멘토 역할은 기본이었다.
추신수는 지난 6일 시즌 결산 기자회견서 SSG 후배들에 대한 격려부터 했다. SSG는 지난 6월 박종훈과 문승원이 동반 이탈하며 선발진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버티고 버티며 페넌트레이스 최종일까지 5강 싸움을 했다.
추신수는 "20년 동안 야구를 했는데, 사실 선발투수 5명 중에 단 1명도 풀시즌을 소화할 수 없다. 그런데 1~3선발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잘해낸 것 같다. 감독님 및 선수들한테 박수 쳐주고 싶다. 포기할 수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잘 왔다"라고 했다.
자신보다 20살 가량 어린 김찬형, 장지훈 등과 대화하며 자신도 배웠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피부색이 다른 선수들과 지내며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20살 어린 찬형이나 지훈이도 성인이다. 지시나 오더보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선수들을 존중했고 대화를 많이 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후배들과 한국야구계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추신수는 "최근 국제대회서 안 좋은 성적을 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단, 선수들이 프로 의식을 가지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 경기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평생 야구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심지어 추신수는 "우리가 마지막 한 경기로 5강에 못 들어가지 않았나. 마지막 경기에 임하는 마음이 매 경기 임하는 마음이면 좋겠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타율 0.299와 3할은 차이가 있다. 500타석 중에 집중을 못해서 못 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이것을 줄여나가야 한다. 못하는 경기를 줄였다면 마지막 경기서 결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열악한 인프라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추신수는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특히 원정팀의 경우 코치님들과 공간을 같이 사용해야 한다.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마어마한 걸 기대했던 게 아니다. 라커룸에서 옷 갈아입을 정도의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부족했다. 한 공간에서 코치님들, 선수들과 쉬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서로 불편하다"라고 했다.
디테일한 지적도 했다. 추신수는 "선수들이 치료받을 공간도 없다. 호텔에서 다 하고 와야 한다. 치료도 잘 받아야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데 호텔에서 받고 (야구장에)오면 (해당 부위가)다 식어버린다. 원정팀이 몸을 풀 수 있는 공간도 없다. 프로라면 기본적으로 맞춰줘야 한다. 대결도 동등해야 하는데 원정팀이 그런 부분이 약했다"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이 시즌 후 공사에 들어간다는 말에 추신수는 이 모든 발언의 진심을 내비쳤다. "저는 상관 없어요. 제가 뭘 누리자고 그런 게 아니에요. 그저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야구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추신수가 한국야구를 바꾼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