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피츠버그, 오래있고 싶고 애정이 가는 팀"
(창간인터뷰①에 이어) 7년간 정들었던 뉴욕 양키스를 떠났지만, 이제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대한 애착이 더욱 크다. 양키스 시절보다 많은 기회를 받고 있고,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비롯해 타점, 득점, 홈런 모든 것을 피츠버그에 해냈다.
박효준은 지난 7월 27일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된 후 8월 1일 빅 리그의 콜업을 받았다. 26인 로스터에 포함된 첫날은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이튿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 맞대결에 유격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첫 안타를 생산했다.
박효준은 피츠버그가 1-8로 뒤진 7회말 1사 주자 없는 세 번째 타석에서 필라델피아 선발 카일 깁슨의 5구째 88마일(약 142km) 커터를 공략해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뽑아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선발 출장 경기에서 첫 안타까지 뽑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 피츠버그에서 폭발한 재능
첫 안타.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다. 박효준은 "모든지 처음이 인상이 깊은 것 같다. 콜업도 양키스가 처음이고 꿈 꿔왔던 것이기 때문에 더 기뻤다. 피츠버그 콜업 때는 양키스의 경험 덕분에 여유가 있었다"며 "첫 홈런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첫 안타가 기억에 남는다. 필라델피아와 경기에서 크게 지고 있었는데, 안타를 쳐냈다. 공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준은 마수걸이 안타가 나온 후 다음 경기에서 3타점 2루타를 때려내는 등 물오른 타격감을 맘껏 뽐내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1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대결에서는 데뷔 첫 아치까지 그려냈다. 피츠버그 사령탑의 칭찬은 물론, 현지 언론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지인들의 축하의 메시지도 쏟아졌다. 그리고 마이너리그 때와 달리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박효준은 "마이너리그에서는 잘 한다고 기사가 자주 나가고 포장이 되면 생각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메이저리그 콜업 후 기사가 많이 나온 것도 알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야구에만 집중을 했다"며 "축하 메시지도 너무 많이 받아서 아직도 답장을 못한 것들도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싱긋 웃었다.
▲ 몸 관리로 울고 웃은 한해
올해 박효준은 '몸 관리'로 인해 웃고, 울었던 한 해였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타격 폼에 변화를 줬다. 그리고 몸이 정말 좋았다. 야구를 잘할 수 있는 몸이었기 때문에 투수들의 공을 잘 대처할 수 있었다. 몸이 얼마나 잘 만들어져 있느냐에 따라서 성적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첫 빅 리그인 만큼 시행착오의 과정도 있었다. 박효준은 트레이드 초반 타격감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올해 45경기에 출전해 25안타 3홈런 14타점 16득점 1도루 타율 0.195 OPS 0.633의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는 "피츠버그로 트레이드가 된 후 살이 많이 빠졌다. 두 달 만에 5kg이 빠졌다. 이 부분이 부진에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첫 메이저리그 콜업이고, 정신이 없다 보니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했다. 경기에 뛰는 것이 좋고, 욕심이 생기다 보니 몸 관리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러한 과정을 한 번 겪었기 때문에 최근 몸만들기에 집중을 하고 있다. 다만 후반기에 다시 성적이 좋아진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들과도 더욱 친분을 쌓았다. 박효준은 "내가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쓰쓰고 요시토모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더라. 쓰쓰고가 '무엇이 문제인 것 같냐'고 고민 상담도 해주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도 받았다"고 했다.
▲ 국가대표, KBO리그, 그리고 2022시즌
박효준은 올해 2020 도쿄올림픽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끝내 최종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금부터 꾸준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 앞으로의 국제 대회 출전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태극 마크'에 대한 열망은 내려놓지 않았다.
박효준은 "이번에 국가대표로 뽑혔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엔트리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기대도 하지 않았을 텐데 예비 명단에 이름이 들어간 만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대가 컸는데, 뽑히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면서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롤 모델' 추신수 처럼 KBO리그 복귀도 박효준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꿈의 일부다. 그는 "KBO리그에 대한 생각은 당연히 있다.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다. 명확하지 않을 뿐"이라며 "아직까지는 더 열심히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효준은 국내에서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며 내년 시즌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내년 시즌 활약은 자신이 있다. 올해는 몸 관리를 잘 못해서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받아들여야 한다. 수치로 목표는 정해두지 않았다. 이상하게 기대를 하면 잘 안되더라"며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긍정적으로 하면 생각하지 못한 좋은 상황이 오는 것 같다. 일단은 팀에서 영향력이 있고,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누가 봐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효준은 "올해 트리플A에서는 99점, 메이저리그에서는 20점을 주고 싶다. 콜업은 만족스럽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박효준의 야구를 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점수를 더 채울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끝으로 박효준은 "(류)현진이 형, (김)하성이 형이 올해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나도 형들처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며 "요즘 팬분들도 길에서 알아봐 주신다. 인기를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더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만의 무기를 갖고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박효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