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준용이 형에게 멋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어느 시상식과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에 열린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시상식 역시 철저히 승자 독식의 무대였다. MVP의 경우 2~3위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는 어차피 이 가을의 주인공이다. 이정후는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이었다. 강백호는 생애 첫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맛봤다.
그러나 신인왕은 상황이 달랐다. 철저히 이의리(KIA)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사실 2위 최준용(롯데)으로선 아까운 결과였다. 이의리가 고졸신인으로서 기대 이상의 임팩트를 보여준 건 맞다. 신인왕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단, 후반기에 부상으로 거의 보여준 게 없었다. 도쿄올림픽에서의 활약은 엄밀히 따지면 신인왕 레이스에서 논외가 돼야 한다.
최준용은 올 시즌 44경기서 4승2패1세이브20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에 29경기서 2승1패13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으로 맹활약했다. 후반기에 맹추격전을 펼쳤으나 끝내 신인왕 수상에 실패했다.
기자단 투표 집계를 보면, 꽤 박빙의 승부였다. 이의리가 1위표 61표, 2위표 37표, 3위표 1표로 총 99표를 득표했다. 총점은 417점. 최준용은 1위표 42표, 2위표 50표, 3위표 8표로 총 100표를 득표했다. 총점은 368점. 두 사람의 격차는 단 49점이었다.
3위 장지훈(SSG)이 32점이었던 걸 감안하면 최준용도 상당한 활약을 했고, 또 그만큼 인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최준용은 시상식의 무관이었다. 그러나 이의리는 수상소감을 밝히며 "준용이 형에게 멋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고 했다. 진심 어린 표정이었다.
뿐만 아니다. 장지훈도 최준용을 인상 깊게 봤다. 이미 아마추어 시절부터 봐왔다. 최준용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했고, 장지훈도 동의대를 졸업하고 올해 SSG에 입단했다. 부산 지역에서 연습경기도 자주 했다는 게 장지훈의 기억이다.
장지훈은 지난달 중순 마무리훈련 당시 "대학 시절 연습경기를 많이 했다. 그때부터 자주 봤는데 공이 좋았다. 프로에 가면 잘 던질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렇게 던지는 걸 보면서 공이 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 있나 싶다"라고 했다.
최준용은 140km 중, 후반의 패스트볼에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줄 안다. 그 덕분에 20홀드를 챙기며 롯데의 시즌 막판 분전을 이끌었다. 그런 최준용은 시상식 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환한 웃음을 지었다. 시상식의 철저한 조연이었지만, 경쟁자들에게 인정 받았으니 충분히 의미 있는 2021년이다.
[최준용.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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