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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유진형 기자] '리셀(resell)은 하지 마세요'
김하성이 한 박스 사인볼 요청에 살짝 당황하기도 했지만 "팔지 말아 주세요"라는 신신당부와 함께 흔쾌히 사인을 해주었다.
메이저리그 2년 차를 맞이한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하기 위해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하성이 등장하자 곳곳에서 팬들이 몰려들며 플래쉬 세례가 터지기 시작했다. 김하성은 취재진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기다려준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설 연휴임에도 공항을 찾은 팬들에게 직접 사인도 해주고 기념촬영 요청에도 친절히 응했다. 팬은 프로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미래이고 팬이 존재하기 때문에 프로도 있다는 걸 김하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남성 팬의 등장에 김하성과 관계자들은 당황했다. 보통 사인을 요청할 때면 야구공이나 유니폼 한두 개를 건네는 게 일반적인데 이팬은 그동안 김하성이 국가대표로 참가한 국제 대회의 모든 공인구를 준비해 사인을 요청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17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공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대회 공인구는 참가 선수들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제 대회 뿐 아니라 KBO리그에서 뛸 때 기록한 20호 홈런볼과 30호 홈런볼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국가대표 유니폼에 사인도 요청했다. 이렇게 많은 사인 요청에도 김하성은 끝까지 미소를 띠며 특급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빅리거의 품격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이 이렇게 많은 사인을 해주며 "팔지 마세요"라며 우려했던 건 자신이 소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건의 가치를 높여 상업적으로 불법 판매할 목적으로 사인을 수집해 가는 일명 '사인꾼'이라 불리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사실상 이들을‘팬’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부류들이다.
과거 이승엽이 방송을 통해 "요즘 사인을 잘 해주지 않았다. 너무 많이 하면 희소성이 떨어진다. 올해부터는 많이 해드리려 한다"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발언에는 자신의 사인이 일부 개인의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게 싫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지금도 유명 선수의 사인볼이 적게는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심심치 않게 보이는 유명 선수 사인볼 판매는 '사인꾼'들의 꼼수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사인을 해주는 선수 입장에서 꺼려질 수밖에 없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 선수들에게 팬 서비스는 기본이자 의무다. 하지만 팬들도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사인꾼'들의 판매 목적 사인 요청이 계속 반복되면 정말 사인을 받고 싶은 팬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김하성이 우려하며 "팔지 마세요"라고 했던 건 이런 문제를 알기 때문이었다.
[새 시즌 준비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김하성. 사진 = 인천공항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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