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공정위, '배출가스 불법조작 후 거짓말'...표시광고법 위반 제재
- 같은 혐의 5개사 중 과징금 규모 1위...시정명령도 함께 내려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자사 경유(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성능을 사실과 다르게 광고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02억 원을 부과 받았다.
지난해부터 같은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5개사 중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크다.
공정위는 6일 메르세데스벤츠가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저감성능을 사실과 다르거나 기만적으로 표시·광고한 행위에 대해, 메르데세스벤츠코리아와 이 회사의 독일 본사인 메르세데스악티엔게젤샤프트 등 2곳에 대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행위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02억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는 2013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메르세데스벤츠 매거진, 카탈로그, 브로슈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사의 경유승용차가 질소산화물을 최소치인 90%까지 줄이고,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광고했다. 유로6는 유럽연합(EU)이 도입한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 단계를 뜻한다.
공정위 조사결과 벤츠의 디젤승용차에는 극히 제한적인 인증시험환경이 아닌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다.
이로 인해, 운전자가 엔진 시동 이후 약 20~30분이 지난 시점에서 도로를 주행하면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의 요소수 분사량이 크게 감소되어 질소산화물이 배출허용기준의 5.8~14배까지 과다 배출됐다.
이에 대해 벤츠 측은 “국내 승용차 주행의 90% 이상이 주행시작 후 30분 이내에 종료되므로 30분을 초과하는 주행을 일반적인 주행조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30분 이상 주행이 하루 평균 435만 2,406건인 점을 고려하면 이를 예외적인 주행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벤츠는 또 “SCR이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인다는 것은 학계와 산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능이며 이러한 성능에 대해 전형적인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90%까지 줄인다’, ‘최소치로 저감’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최고라는 인상을 주는 성능표현은 단순한 기술소개나 이미지 광고를 넘어 소비자에게 더욱 강한 인상과 신뢰감을 주게 된다”고 봤다.
공정위 이어 “SCR 성능을 저하시키는 SW를 의도적으로 설치해 놓고 이를 숨긴 채 자사 차량이 SCR의 이론적 최대성능을 구현한다고 광고한 것은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벤츠가 2012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자사 경유승용차 내부에 부착한 배출가스표지판에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및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됐다”고 표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거짓성이 인정됐다.
또한, 공정위는 “벤츠의 디젤 차량은 인증시험 조건과 같은 특정조건에서만 표시·광고상의 성능이 구현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중요정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만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벤츠의 표시·광고를 접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벤츠의 차량이 뛰어난 배출가스 저감성능으로 유로6 기준을 충족하고, 관련법에도 적합한 것으로 오인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직접 측정·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배출가스 저감성능에 대한 사업자의 표시·광고 내용을 그대로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위는 “법정 시험방법에 따른 인증내용이 사실과 다를 거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점, 벤츠의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오인효과는 더 컸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벤츠의 행위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여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대기환경보전법 규정에 적합한 경유 차량인지 여부는 차량의 구매선택 과정뿐만 아니라 구매 후 차량유지, 중고차시장에서의 재판매 가격 등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벤츠 제재를 끝으로 2차 디젤게이트 당사자들에 대한 제재를 모두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1차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배출가스 저감성능에 대한 거짓·기만 광고를 한 아우디폭스바겐,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닛산, 포르쉐 등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과 10월 시정명령과 함께 최대 8억 3,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디젤게이트는 아우디폭스바겐이 2015년 9월 자사의 경유차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건을 말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사업자에 이번 제재는 배출가스 저감성능에 대한 거짓·기만 광고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방해한 행위를 엄중 제재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AFPBBNews, 벤츠의 배출가스 저감성능 광고 사진 =공정위 제공]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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