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목포 이현호 기자] 김진수(29, 전북현대)가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을 꿈꾼다.
김진수는 어릴 적부터 연령별 대표팀 소속으로 국제대회를 누볐다. 2011 U-20 월드컵 16강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U-23) 우승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적은 없다.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주전으로 뛰다가 대회 직전에 불운이 겹치곤 했다. A매치 53경기 중 월드컵 본선 경기는 없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이틀 전에 소속팀에서 부상을 당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은 김진수 자리에 박주호를 대체 발탁해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다. 4년 뒤 러시아 월드컵 직전 상황도 비슷했다. 김진수는 월드컵 출정식까지 함께했으나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대회 직전 친선전에서 골을 넣은 손흥민은 동갑내기 김진수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또다시 4년이 지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동안 김진수와 홍철에게 왼쪽 수비를 맡겼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에 확정한 만큼 김진수와 홍철 모두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전남 목포의 전북현대 전지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진수는 월드컵 얘기가 나오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는 “항상 월드컵 해마다 마지막 기억이 좋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월드컵 해가 되면 몸이 쪼는(위축되는) 느낌이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저도 모르게 그 해가 되면 발을 빼곤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전에 2차례 월드컵을 못 갔으니 이번에는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직 명단이 확정된 게 아니다. 당장 3월에 있을 최종예선도 중요하다. 꾸준하게 좋은 모습 보여주면 월드컵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 아픔을 알기에, 비슷한 입장이 된 후배들을 위로해줬다. 대표팀은 최근 터키 전지훈련에서 친선전을 치르고 중동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러 갔는데, 그 사이에 일부 선수들이 한국으로 조기 복귀했다. 조영욱(FC서울), 엄지성(광주FC) 등이 그 주인공이다. 김진수는 “저도 아픔이 있었다. 중간에 떨어진 후배들에게 문자를 보내 위로하고 조언해줬다”고 들려줬다.
전북 김진수와 국가대표 김진수는 전술적으로 미세한 차이가 있다. 김진수는 최근 시리아전(2-0 승)에서 상대 페널티 박스까지 침투해 헤더골을 넣었다. 전북 김상식 감독은 “진수 골 장면을 보고 놀랐다. 전북에서도 진수를 공격적으로 써야 하나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김진수는 “전북 스타일과 대표팀 스타일이 다르다. 감독님마다 추구하는 게 다르다”며 “대표팀에서는 반대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올 때 제가 골대 앞까지 침투하도록 훈련했다. 그래서 이번에 그런 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벤투 감독을 향한 굳건한 신뢰도 내비쳤다. “처음 벤투 감독님 접했을 때는 (이전 대표팀과) 다른 스타일이어서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계속해서 코칭스태프가 저희를 믿어줬고,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를 믿었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는 거 같다. 중요한 건 월드컵이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리라 믿는다”고 자신했다.
월드컵을 향한 김진수의 세 번째 도전. 이전 2차례 도전과는 다르게 해피엔딩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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