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다재다능하다'란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그저 노래 잘하는 가수, 때론 유행어 '안녕하모니카!'를 호쾌하게 외치며 웃음 주는 가수인 줄로만 알았던 KCM이 생애 첫 영화 '리프레쉬'에서 또 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리프레쉬'는 KCM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수많은 K팝 가수의 뮤직비디오와 웹드라마, 드라마를 연출해온 김길영 감독이 KCM의 인생 이야기에 매료돼 제작에 뛰어들었다. 시사회 당시 KCM이 "각색이 되긴 했지만 거의 비슷하다"라고 밝힌 것처럼 그의 실제 경험담이 다수 녹아들어 있다. KCM이 힘든 시기를 겪으며 쓴 '새벽길'을 비롯한 몇 노래가 흐르기도 한다.
5만 원짜리 한 장에 밤무대를 전전하는 가수 K(KCM). 한때 널따란 공연장을 꽉 채울 만큼 인기 좋았지만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 뒤 일용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집세는커녕 술 한 잔 사 마실 돈조차 없어 20년지기 매니저에게 빌붙기가 일상이다.
K는 매니저의 제안으로 마음 치유센터 환자들의 음악 치료 수업을 맡게 된다. 하지만 말끝마다 걸걸한 욕을 내뱉는 알코올 중독증 환자에 항상 한 손에 화투 패를 쥐고 딴지 거는 도박중독자까지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K는 결코 어우러지지 않을 불협화음 같은 환자들과 음악 경연 대회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성장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취재진 앞에서 "다신 없을 기회다"라며 "연기는 마지막이지 않을까"라고 자신 없어 하던 KCM은 온데간데없었다. 연기에 처음 발 담근 신인 배우라고 하기엔 흠잡을 곳 없이 유려했다. 잊혀진 가수가 느끼는 공허함과 헤매고 넘어지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를 무게감 있게 그려냈다. KCM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콘서트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볼거리의 범람 속 맘 편히 볼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이다.
오는 16일 개봉. 러닝타임 87분.
[사진 = 이놀미디어]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