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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서툴고 미숙하지만 올곧은 소신에 야심을 갖췄다. 시민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몸을 던지는 희생정신도 뛰어나다. 영화 '더 배트맨'(감독 맷 리브스) 속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은 경험 적은 2년 차 '초짜' 배트맨이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종종 실수를 터뜨리지만 나아지려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그래서 더욱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2년 동안 고담시의 수많은 범법자를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웨인. 시장 선거를 앞둔 어느 날,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와 고위 관료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배트맨은 극악무도한 연쇄 살인마 리들러(폴 다노)가 남긴 단서를 차례대로 풀어나가며 점차 그와 가까워진다.
수사 과정에서 만난 캣우먼(조이 크라비츠)과 다르지만 비슷한 임무를 품고 리들러를 추적하던 배트맨은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내용이었음을 깨닫는다. 썩어빠진 권력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부모의 죽음과 얽힌 진실이 밝혀진 뒤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며 광기에 빠져든다. 벼랑 끝에 놓인 고담시와 배트맨. 혼란에 사로잡힌 웨인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더 배트맨'은 인간적인 슈퍼히어로의 시행착오와 얽히고설킨 내적 갈등을 176분간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특히 아직 자기 통제가 어리숙한 배트맨의 깨알 같은 실수는 주목할 만한 재미 요소가 된다. 배트슈트 작동이 설어 굴러떨어지듯 착지하는가 하면, 배트모빌 시동조차 쉬이 걸지 못해 적을 놓칠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그럼에도 시민을 구하려 고통을 무릅쓰고 질주하는 모습은 어딘가 짠하다.
무엇보다 3시간에 가까운 이야기가 흡입력을 잃지 않은 데엔 주인공 패틴슨의 공이 컸다. 패틴슨은 '더 배트맨'을 봐야 하는 이유 그 자체다. 배트맨의 감정뿐만 아니라 몸집을 불리며 외적인 모습까지 '착붙'으로 소화했다. 사실 리브스 감독은 각본을 쓰면서부터 패틴슨을 점찍었다고 한다. 패틴슨의 영화 '굿타임'을 통해 "실제로 배트맨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며 "패틴슨이 맡은 역할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들을 보게 되었을 때 정말로 배트맨의 가능성을 보았고 그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고 밝혔다.
배트맨의 마력은 캣우먼을 만나 불가항력으로 진화한다. 각각 박쥐와 고양이 가면을 쓴 둘은 도시를 수호하는 영웅, 방랑자라는 점에선 대척점에 놓여 있으나, 아픈 과거에 따른 번뇌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함께 정진한다. 여러모로 매혹적인 남녀 주인공이 만났으니 뻔한 흐름을 탈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패틴슨이 말한 "자신과 주변 환경을 통제하는 것에 집착하는 엄격한 세계관"에 미세한 금이 가긴 하지만, 사랑보다 도시의 안전이 우선인 배트맨은 꿋꿋이 제 갈 길을 가며 신선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1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76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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