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어떻게 보면 종착역까지 온 선수인데…"
SSG 베테랑 우완 노경은(38)의 야구인생은 파란만장하다. 2003년 두산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한동안 성장이 더뎠다. 2012년 12승을 따내며 일약 간판선발로 도약했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시즌에는 마무리투수를 준비하다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입고 이탈하기도 했다.
이후 두산에서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했던 일, 극적으로 롯데로 트레이드 돼 제2의 인생을 시작했던 사건 등 스토리라면 둘째 가면 서러운 사나이다. 롯데에서도 FA 자격을 얻은 뒤 계약하지 못해 1년간(2019년) 미아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크리스 옥스프링의 도움으로 너클 커브를 익혀 지금까지도 잘 써먹는다. 채식으로 몸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등 몸 관리도 철저하다. 덕분에 38세가 된 올 시즌 SSG에 테스트를 받아 극적으로 현역 인생을 이어간다.
그런 노경은은 4월28일 부산 롯데전서 얼굴로 날아온 타구에 반사적으로 손을 대다 손가락이 그대로 골절됐다. 공을 던지는 오른손이라서 더욱 치명적이었다. 5경기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63. 오원석과 함께 4~5선발이지만 임팩트는 1~2선발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SSG로선 타격이 크다.
롯데 코치 시절부터 노경은을 지켜본 김원형 감독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팀 마운드의 타격보다, 노경은 야구인생에 미칠 데미지를 아쉬워했다. "잘 던지던 선수가 빠져서 아쉬운 게 아니라 노경은이라는 선수는 절실하게 야구를 하던 선수다. 잘 되고 있었고, 좀 더 경기에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게 아쉽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가장 힘든 건 노경은이다. 그런데 경은이 야구인생에서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고 내년에도 야구를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종착역까지 온 선수다. 그런 선수가 불의의 사고로 정상적으로 다음 등판을 할 수 없다는 게 개인적으로 아쉽다"라고 했다.
노경은은 2일 손가락 정밀검진을 다시 실시한다. 수술 및 재활의 기로에 서있다. 어느 쪽이든 최소 1개월 이상의 휴식 및 재활은 불가피하다. 다시 몸을 만들고 투구가 가능한 컨디션을 만드는데 시간이 또 필요하다. 결국 6월을 목표로 준비 중인 박종훈, 문승원과 비슷한 시기, 혹은 좀 더 늦게 돌아올 전망이다.
좋게 보면, 노경은이 지금 힘을 비축했다가 후반기에 선발이든 불펜이든 도움이 되면 SSG 마운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잘 나가는 SSG도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4월에 보여준 예리함을 고스란히 회복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공을 던지는 손가락을 다친 게 변수다. 자신 고유의 그립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으면 곧바로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변화구를 잘 써야 살아남는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사연이 많은 38세 재기남의 불꽃은 일단 멈췄다. 그러나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SSG는 여름을 기대한다.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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