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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전국노래자랑'이 영원한 국민 MC 송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12일 방송된 KBS 1TV '전국노래자랑'은 MC를 맡았던 故 송해 특집으로 꾸려졌다.
송해는 1972년생으로 1988년부터 약 34년 동안 '전국노래자랑' MC 자리를 지킨 국내 최고령 MC다. 지난 4월에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그러나 송해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고인의 장례는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졌다. 유해는 부인 석옥이 씨 곁인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 안치됐다.
이날 '전국노래자랑'은 맑은 '딩동댕' 실로폰 소리와 힘차게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는 송해의 목소리로 시작됐다.
이어 가수 현숙이 울먹이며 편지를 낭독했다. 현숙은 "사랑하는 송해 아빠에게. 이제는 아빠를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슬프다. 언젠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현숙이 시집 는 모습을 보고 가야겠다고. 그럼 나는 '제가 평생 시집 안 가면 우리 송해 아빠가 영원히 사시겠다'고 말씀드리곤 했다"며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렇게 약속을 잘 지키시던 아빠가 결혼할 때 내 손을 잡아준다던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떠나셨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내가 부모님을 여의고 무척 힘들어할 때 아빠께서는 나를 꼭 안아주시면서 '나를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의지하라'며 다독거려 주셨다. 그런데 이렇게 황망하게 갑자기 떠나시다니. 나는 또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라며 "내가 아빠를 병원에 모시고 갈 때면 늘 밝은 모습이셔서 저희들 곁에 오래오래 계실 줄 알았다. 나는 아직도 아빠가 먼 길 떠나셨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가슴이 아프다"고 오열했다.
오늘은 아빠가 너무 사랑하시던 '전국노래자랑'에 왔다. 항상 반겨주시던 아빠가 오늘은 안 계셔서 너무나 슬펐다. 아빠. 그곳은 편안하시냐. 그곳에서도 일요일이면 항상 12시부터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하실 거냐. 아빠, 혹시 지금 내 곁에 계시나요. 아빠가 아직 여기에 계실 것 같아서 아빠에게 못한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용기 내서 이 자리에 섰다. 오늘 아침에도 제 휴대전화 사진첩을 뒤척이면서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봤다. 국민 MC로 전 국민 누구에게 다 다정하게 다정하게 대해주시던 아빠와 함께한 순간, 순간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송해를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송해 아빠, 하늘나라에 가셔서도 내가 결혼할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늘 나를 바라봐 주시고 지켜봐 달라. 그리고 '전국'하는 외침으로 송해 아빠가 온 국민을 다 보아달라. 근심 걱정 다 잊어버리시고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게 해 달라"며 "그곳에서 평생을 그리워하던 어머니와 아드님, 가족들. 그리고 아빠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온하길 아빠 딸, 현숙이가 진심으로 기도하겠다"고 애도했다.
현숙은 "송해 아빠, 사랑합니다. 송해 아빠를 그리워하는 2022년 6월 12일, 현숙이가 올립니다. 아빠, 사랑합니다"며 눈물 젖은 편지를 마무리했다.
진행을 맡은 이호섭은 "지금 현숙 씨가 송해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으면서 우는데 저 심정이 오죽하겠느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임수민 역시 "나도 아직 믿기지 않는다. 지금도 내 옆에서 다정하게 이름도 불러주실 것 같고 말도 걸어주실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며 공감했다.
이어 송해와 남다른 인연을 가진 이들이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미디언 엄영수, 가수 설운도, 배일호, 박서진, 현숙과 '전국노래자랑'의 신재동 악단장이 자리했다.
설운도는 "한 기둥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모든 트로트를 하는 가수들의 부모나 마찬가지셨다. 자식을 챙기듯 늘 이렇게 감싸주시는 분이다. 우리보다 국민 여러분이 더 충격을 받지 않았나 싶었다. 우리는 빨리 마이크를 잡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랐는데 이렇게 빨리 소천하실 줄 몰랐다"며 비보를 접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고인과 절친했던 엄영수는 "올해도 우리들이 식사를 모셨다. 돌아가시기 3일 전에 전화가 울렸는데 목소리가 아주 쩌렁쩌렁하셨다. 갑작스럽게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니까 진공 상태"라며 송해와의 마지막 만남을 떠올렸다.
신재동 악단장은 "(함께한 지) 올해 30년 됐다. 워낙 긴 세월을 그분 하고 같이 지내다 보니 눈빛, 몸짓만 봐도 지금 어떠신 상태인지 느끼며 살았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이후로 너무 수척해지시고 내가 느꼈던 그분이 아니었다. 내심 '큰 일 치르면 어떻게 하나'하며 마음의 준비도 해보고 했다"며 "그래도 비보를 딱 듣고 나서 너무 멍해지더라. 황망하고, 혼자 화장실 가서 많이 울었다. 이 분이 음악, 연기, 진행 등 너무 많은 것에 해박하셨다. 큰 박물관 하나가 없어진 것 같은 허망함이 들었다"고 슬픔을 표했다.
'전국노래자랑'에 자주 출연했던 배일호는 "지금 말씀들 많이 하셨다. (나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장례식장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애도하고 추모하셨다. 보통 장례식장에 가면 잠깐 문상만 하고 가는 게 보통인데 오신 분들이 2~3시간 정도 계시는 바람에 미어터질 정도였다. 밖에 나가면 삼삼오오 식당, 대합실 등 다 모이시면 선생님 이야기를 하셨다. 희극인장으로 모셨지만, 사실 송해 선생님이 가신 길은 국민장이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며 그리움을 내비쳤다.
이어 설운도는 송해를 추억하며 송해의 노래 '유랑청춘'을 열창했다. 그는 눈물을 훔치느라 초반 소절을 놓치기도 했다. 설운도는 이내 노래를 시작했지만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의 깊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현숙은 MC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10대 후반에 시골에서 막 상경했을 때 우연히 뵈었다. 내가 세상 물정도 모르고 겁이 많았는데 늘 항상 용기도 주셨고 버팀목처럼 저를 지켜주셨다"며 "엄마, 아빠를 보내드리고 내가 항상 어려울 때 펑펑 울면 '울면 안 된다. 네가 씩씩해야지 엄마, 아빠가 좋은 곳에 가신다'며 안아주셨다. 그때 '아빠처럼 의지하고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해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아빠라고 불렀다"고 고인과의 각별한 인연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함께 '전국노래자랑'에 녹화하러 먼 곳까지 가면 먼저 '현숙이 왔냐'하고 반겨 주셨다. 내가 배울게 참 많다. 많은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늘 꿈과 희망이 되어주셨다. 정말 잘난 사람,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항상 친구가 돼주신 따뜻한 분이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현숙은 "항상 잘 때도 옆에 전화기를 놓고 잤다. 아빠가 요새 갑자기 '입맛이 없다'면서 10kg 이상 마르셨더라. 가시는 날 점심은 된장찌개를 맛있게 드시고 그러고 못 뵈었다. 실감이 안 난다. 100세는 넘기실 줄 알았다"며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전국노래자랑' 출신인 박서진은 "13살 때 처음 '전국노래자랑' 진주 시편에서 출연자로 출연했다. 세 번 도전해서 두 번은 떨어지고 세 번째 붙어서 출연하게 됐다. 두 번 떨어지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본선에 나가서 대기실에 있는데 '잘할 수 있다'고 다독여주셨다. 친할아버지처럼 포근하고 다정한 분이라고 기억하고 있다"며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가수가 되고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서 '전국노래자랑' 출신 가수라고 하시까 반가워하셨다. 그때 장구를 치면서 인사드렸는데 그때도 자존감이 많이 낮았다. 장구를 치다보니 '왜 장구 품위를 떨어트리냐'는 말이 있었다"며 "그런데 선생님이 무대 가운데로 불러주시더니 '장구의 명인, 장구의 신, 너무 장구를 잘 친다'고 크게 띄워주셔서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다. '장구의 신'이라는 별명도 선생님이 만들어주셨다"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배일호 역시 "나는 선생님이 키워주신 사람이다. 내가 고생한 걸 선생님이 잘 아신다. 항상 노래가 나올 때마다 띄워주시고 '신토불이 가수. 순도 99.9 배일호'라고 소개해주셨다. 나보다 길게 소개해주는 가수가 없을 정도로 배려해주셨다. 선생님은 어렵고 또 힘든 사람에게 가까이 가셨다. 지금 서진 씨가 말하셨듯이 도움이 필요하셨던 곳에 꼭 선생님의 말씀이나 힘이 있었던 것 같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선생님 정말 감사하다. 나보고 만나시면 '배일호 요즘 살만하느냐'고 하셨다. 내가 '살만합니다. 선생님, 밥 한번 모시겠습니다'라고 하면 항상 밥 값을 본인이 내신다. 선생님, 감사합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서진은 송해의 '딴따라'를, 가수 장윤정은 '나팔꽃 인생'을 열창했다. 노래를 마친 장윤정은 "다른 지역에서 촬영하고 있다가 소식을 들었다. 충격적인 것 이상으로 믿기지가 않아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다음날 바로 빈소를 찾아뵙고 인사드리면서 '아, 이별하게 됐구나'하고 실감했다"며 비보를 접한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저한테 늘 '잘하고 있어'라고 항상 격려를 해주셨다. 이 자리에 참석 못하신 많은 가수분들도 지금 방송을 보시며 '나를 제일 예뻐하셨는데'라고 생각하실 만큼 정말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셨던 분"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방송 말미, 출연진들은 모두 모여 송해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신재동 악단장은 "최근에 참 생소한 이야기를 들었다. 2주 전에 양복을 한 벌 맞춰달라고 하셨다. 살이 좀 빠지셔서 새로 맞추시려고 하나' 이런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후임 MC에게 '내가 이제는 자리를 물려줘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그 과정을 그 양복을 입고 하시려고 하셨다"며 "그 옷이 나오는 날, 그 날 세상을 떠나셨다. 그래서 그 옷을 입어보시지도 못하고 떠나셨는데 천국에 가셔서 그 옷 입으시고 거기서 또 멋지게 천 년, 만년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작은 소망을 전했다.
설운도는 "선생님, 우리 모든 가수들에게 주신 크나큰 사랑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눈물을 흘리던 현숙은 "아빠, 여기서처럼 하늘나라에서도 많은 분들께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는 아빠였으면 좋겠다. 사랑한다"며 미소 지었다. 배일호는 "선생님, 베풀어 주신 은혜 잊지 않겠다. 편히 쉬시라. 감사하다"며 말했다. 박서진은 "선생님 가신 지 며칠 안된 것 같은데 빈자리가 크고 보고 싶다"고 울먹였다.
송해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맡기도 했던 코미디언협회장 엄영수는 "국민 여러분을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서 TV가 끝나면 라디오, 라디오가 끝나면 CF, CF가 끝나면 이벤트, 이벤트가 끝나면 영화. 한 순간도 쉬지 않으신 선생님, 편히 쉬시라"며 존경심을 전했다. 장윤정은 "지금 이별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데, 여태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셨던 좋은 추억 평생 감사히 기억하겠다. 고생 많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모두가 마지막 인사를 마치자 이호섭은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줬던 국민 MC, 송해 선생님. 송해 선생님은 지금 떠나신 것이 아니라 늘 우리와 함께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맞는다. 지금 이 시간, 송해 선생님 편히 가시라고 인사드리겠다"며 말했다. 임수민은 "송해 선생님께 마지막 인사 드리면서 이 시간 정리할까 한다"며 "송해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외쳤다. 무대에 선 출연진들은 모두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송해에게 인사했다.
[사진 = KBS 1TV '전국노래자랑' 방송 캡처]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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