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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세계적 거장' 박찬욱 감독이 배우 탕웨이, 박해일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 등 '칸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해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24일 오후 마이데일리와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9일 신작 '헤어질 결심' 개봉을 앞두고 이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2022) 감독상 수상작.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박쥐')을 수상하고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아가씨')에 이어 이번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까지 무려 네 번째 초청을 받아 '감독상'까지 차지, 세계적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는 "'헤어질 결심'은 탕웨이가 먼저였다. 주인공 서래를 중국인으로 설정한 것도 탕웨이를 섭외하기 위해서였다. 캐릭터에 맞는 사람을 캐스팅한 게 아니라, 반대로 작동한 경우"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어 "물론, 제가 그전에 탕웨이를 사적으로 알지는 못했으니까 탕웨이의 전작들을 보고 제가 갖고 있던 막연한 인상과 그녀의 어떤 매력, 그게 뭔지 생각하고 또 한편으론 궁금해하면서, 또 한편으론 이런 모습의 탕웨이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각본을 썼다. 제가 아는 탕웨이는 '색, 계'(2007)와 '만추'(2011), 그리고 '황금시대'(2014)의 배우였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각본이 완성되기 전에 이미 탕웨이를 만나서 캐스팅 제안을 했다"라며 "탕웨이로부터 '하겠다'라는 의사를 받은 다음에 각본을 더 써 내려갔다. 탕웨이를 개인으로, 1 대 1로 만나서 알아가는 과정과 각본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동시해 진행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탕웨이를 알게 되면서 각본에 반영된 부분은 예를 들면, 탕웨이가 실제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장난기가 있는 사람이더라. 그리고 좀 더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다. '난 이렇게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 작업 방식은 이런 거다'라는 식의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런 면들을 각본에 반영했다"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작업하며 느낀 탕웨이는 어떤 배우였을까.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가 한국어 대사가 많았는데 문법부터, 기초부터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 미련하리 만큼 우직하게 한국어를 배웠다. 심지어 본인 대사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의 대사까지 외워서, 무슨 단어인지 그 뜻을 이해하며 연기를 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때문에 그 사람의 한국어는 비록 발음이 우리와 똑같지 않더라도 단어 하나, 조사 하나, 어미 처리 하나까지도 다 자기의 의도가 담기고 해석이 담긴 그런 대사를 해냈다"라고 탕웨이의 연기 열정을 높이 샀다.
이어 "탕웨이는 한마디로 좀 우직하다. 뭘 해도 이렇게 기초부터 한 단계, 계단 하나하나 밟아서 올라가야지 훅 뛰어넘어가질 않는다. 뭐든지 자기 머리로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성품을 가진 배우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박해일 또한 캐스팅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박찬욱 감독은 "함께 각본 작업을 한 정서경 작가에게 박해일을 상상하면서 '헤어질 결심' 각본을 써보자고 제안했었다. 물론, 그대로 캐스팅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디 영화에서 보여준 박해일이 아닌 실제 담백하고 깨끗하고 상대를 배려해 주는 박해일, 그런 인간 박해일을 해준 캐릭터에 좀 도입하자는 생각을 하고 썼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준은 '경찰은 공무원이다'라는 확고한 직업의식과 '시민에게 봉사한다'라는 마음을 가진 그런 인물이다. 거기서 해준의 모든 게 출발된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강혜정,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박쥐' 김옥빈, '아가씨' 김민희, 이번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까지 매 작품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비결을 묻는 말에 답하기도.
박찬욱 감독은 "저는 여성, 남성 성별을 구별해서 여성 캐릭터를 더 공들여서 창조한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생각한다. 그저 한 명 한 명의 개인일 뿐, '여성이 이렇게 행동해도 되나?' '남성이 있기에 여성이 이런 행동을 한다' 등의 생각은 안 한다. 그저 우리가 생활하면서 어디선가 본 거 같은 면들이 있는 부분들을 투영하는데 그래야 그 사람의 행동에 좀 이해가 갈 테니까. 그리고 사람이 늘 똑같진 않으니까, 다른 자리에 가선 뜻밖의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선입견을 갖고 보지 않고 다양한 측면을 가진 존재라는 걸 우선 인정하는 시각으로 캐릭터를 만든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박찬욱 감독은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영화 보는 걸 직업으로 삼지 않고, 안 봐도 되는 사람임에도 시간을 내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그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이다. 관객들이 만족스러워하느냐가 뭐니 뭐니 해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사진 = CJ ENM]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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