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김광현 선배님을 이기고 싶다.”
키움 에이스 안우진은 올 시즌 초반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이 10년 넘게 꾸준히 KBO리그 최고로 군림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아울러 두 롤모델을 넘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김광현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니 꼭 맞붙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미 양현종과는 두 차례 맞붙어 1승씩을 나눠 가졌다. 안우진으로선 베테랑 김광현에게 져도 본전이니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안우진에겐 이날 잘해야 할 이유가 또 있었다. 직전 등판서 최근 1~2년 통틀어 가장 나쁜 피칭을 했기 때문이다. 7월28일 수원 KT전서 5.2이닝 8피안타 4탈삼진 4볼넷 8실점했다. 제구가 흔들린 뒤 집중타를 맞는 패턴을 반복했다. 마치 예전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날 안우진은 ‘업그레이드’ 안우진 그 자체였다. 초반부터 작심한 듯 압권의 투구를 이어갔다. 1회 154km, 2회 155km, 3회 156~157km. 이닝을 거듭할수록 출력을 높이는 세단과도 같았다. 5회 전의산에게 다시 157km를 찍더니 6회 한유섬에게도 157km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7회 1사 후 김강민의 3루 땅볼 때 1루수 김태진의 포구가 명확하지 않았다. 애당초 세이프 판정이 나왔으나 비디오판독 결과 아웃으로 정정됐다. 결국 96개의 공으로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 시즌 11승(5패)을 챙겼다.
김광현도 잘 던졌다. 6이닝 5피안타 5탈삼진 5사사구 2실점했다. 그러나 안우진이 언터쳐블급 투구를 하면서 승패가 갈렸다. 안우진은 시종일관 강한 공으로 타자들을 현혹한 뒤 체인지업, 커브로 타이밍을 뺏으며 완벽하게 경기흐름을 지배했다.
이 맞대결만으로 안우진이 김광현을 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광현은 15년간 검증된 최고 에이스였고, 안우진이 에이스로 발돋움한 건 이제 실질적으로 2년째다. 다만, 안우진의 실링을 감안할 때 김광현을 넘어설만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안우진이 자신의 말대로 김광현과의 맞대결서 승리를 경험하면서 얻은 자신감이 향후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안우진(위), 김광현(아래).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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