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2015년 10월 31일. 삼성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경기를 치른 날이다. 당시 삼성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에 2-13으로 대패하고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이는 곧 '삼성 왕조'의 종말을 의미하기도 했다. 삼성은 2011~2014년 4년 연속 통합우승을 거두고 왕조를 구축했다. 2015년에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불법도박 이슈'로 팀의 핵심 전력들이 한국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삼성의 5연패 꿈은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2015년 12월 11일. 삼성 라이온즈가 2016년 1월 1일부로 제일기획에 공식 이관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날이다. 이미 제일기획은 삼성의 프로스포츠 구단인 수원 삼성 블루윙스, 서울 삼성 썬더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인수한 상태였고 삼성 라이온즈까지 공식 인수하면서 새 출발을 선언했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재벌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됐으나 앞으로는 '효율'을 추구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앞으로 삼성이 또 우승하기는 힘들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한때 삼성은 '돈성'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恨)을 풀기 위해 무분별한 투자도 불사했던 팀이 바로 삼성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1999시즌 도중 두산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안방마님' 진갑용을 데려왔음에도 그해 겨울에 열린 FA 시장에서 국내 정상급 포수 김동수도 영입하면서 주전 포수를 2명이나 확보하는 대투자를 감행했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중복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삼성의 '투자'가 항상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끊임 없는 투자 끝에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고 이는 2005~200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2011~2014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사실 삼성이 2005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심정수를 4년 60억원, 박진만을 4년 39억원에 전격 영입한 이후로는 2016년 겨울 이원석을 4년 27억원에 영입하기 전까지 외부 FA 영입을 삼갔지만 이미 여러 차례 투자를 통해 가꿔 놓은 전력이 있었기에 세대교체도 용이하게 할 수 있었고 팀도 점점 강해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삼성의 현실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삼성은 2014년 한국시리즈 이후 한번도 정상을 차지하지 못했고 2015~2020년에는 가을야구 조차 구경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6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경사'를 맞기는 했지만 올해는 창단 최다인 13연패라는 수모를 겪으면서 허삼영 감독이 시즌 도중에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과연 감독이 바뀐다고 해서 삼성 야구가 180도 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오너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그룹 자체에서 투자의 의지가 있어야 야구단의 명성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삼성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이후에도 이원석, 우규민, 강민호, 오재일 등 이따금씩 외부 FA 영입에 나섰고 올 시즌을 앞두고도 팀내 FA였던 강민호와 백정현을 모두 붙잡는 한편 '예비 FA' 구자욱을 5년 120억원에 붙잡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박석민, 최형우, 차우찬 등 이른바 초대형 FA 선수들이 떠난 공백을 메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묻지마 투자'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룹의 관심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은 예전에 화끈한 투자를 하면서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조건 돈을 쓴다고 해서 우승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투자의 시행착오 끝에 어떻게 야구단의 전력을 구축해야 하는지 노하우를 축적한 팀이다. 오너가의 관심을 회복하고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삼성은 언젠가 다시 명문 구단의 위용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이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2사 1루서 마운드에 올라 수아레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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