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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칼리두 쿨리발리(31, 첼시)가 존 테리(41)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지만 바로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쿨리발리는 올여름에 이탈리아 나폴리를 떠나 잉글랜드 첼시로 이적한 중앙 수비수다. 안토니오 뤼디거와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을 각각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로 떠나보낸 첼시는 쿨리발리를 영입해 수비를 보강했다. 계약 기간은 4년이다.
쿨리발리는 등번호 26번을 택했다. 나폴리 시절부터 애용하던 번호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첼시에서는 26번이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번호이기 때문이다. 17년간 첼시에서 뛴 레전드 존 테리가 이 번호의 옛 주인이다.
어떻게 쿨리발리가 이 번호를 이어받았을까. 쿨리발리는 3일(한국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FC 메스에서 뛸 때는 25번, 벨기에 헹크에서 뛸 때는 5번이었다. 나폴리로 이적했을 때 25번과 5번 모두 주인이 있었다. 가족과 상의한 끝에 26번을 골랐다. 나와 내 와이프 생일이 6월 20일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들려줬다.
첼시에서는 지난 5년간 주인이 없는 번호였다. 2017년에 테리가 은퇴한 뒤 아무도 이 번호를 선택하지 않았다.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부러 피한 것이다. 쿨리발리는 “첼시 구단 직원이 비어있는 번호를 알려줬다. 그런데 26번은 얘기조차 안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존 테리가 쓰던 번호여서 선수들이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쿨리발리는 “지인을 통해 첼시 레전드인 지안프랑코 졸라에게 연락했다. 이때 존 테리 번호를 받았다. 테리에게 직접 전화해서 ‘26번을 써도 되느냐’고 허락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존 테리는 장난전화인 줄 알고 내 전화를 끊었다. 잠시 뒤 다시 전화가 와서 ‘26번을 써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쿨리발리는 테리와 전화를 나눈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그리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했다. 그 이유를 두고 “혹시라도 내가 첼시 레전드 존 테리를 무시했다는 얘기가 나올까봐 일부러 찍었다. 테리에게 정중히 요청했다는 걸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사진 = 첼시 SNS]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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