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나가기만 하면 지니까. 1군에서 빠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팀이 9연패하고 그랬을 때다.”
KBO리그 통산 134승을 자랑하는 SSG 김원형 감독도 시련이 있었다. 고향팀 쌍방울은 1990년대 중반까지 약체였다. 약체 팀의 주축투수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자신이 잘 던져도 팀이 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내가 나가면 팀이 지니까. 미안해서 1군에서 빠졌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어렸을 때였고, 팀이 9연패했을 때다. 그런데 감독님은 나를 2군에 내리지 않았다”라고 했다.
당시 감독은 투수 김원형을 2군에 내리지 않고 1군 선발로테이션에서 몇 차례 제외한 듯하다. 그러면서 리플레시했고, 반등했다. 김 감독은 “감독님이 나를 2군으로 안 내리고 1군에서 데리고 다녔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왜 30년 정도 된 경험담을 꺼냈을까. ‘차세대 거포’ 전의산 때문이다. 2020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입단, 데뷔 3년만에 1군에 올라왔다. 6월 8일 창원 NC전서 1군에 데뷔한 뒤 2달 가까이 머무르며 주전 1루수를 꿰찼다.
처음에는 잠시 머무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전의산의 존재 덕분에 SSG가 1루수 케빈 크론을 보내고 외야수 후안 라가레스를 데려올 수 있었다. 전의산은 전반기에만 28경기서 타율 0.341 7홈런 24타점 19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타고난 힘은 물론, 저연차라고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변화구 대처능력을 보여줬다. 왼손투수에게 다소 약하긴 했지만, 오른손투수 상대 파괴력이 기대이상이었다. 1루 수비도 꽤 건실했다. 준비된 유망주라는 평가를 넘어 SSG 전반기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급기야 4번 타자까지 꿰찼다.
그런 전의산은 후반기 들어 타격 그래프가 확 꺾였다. 11경기서 39타수 6안타 타율 0.154 1홈런 2타점 4득점에 그쳤다. 스윙이 눈에 띄게 무뎌졌다. 전반기와 달리 타이밍이 좀처럼 안 맞는 모습이 수 차례 나왔다.
결국 투수들의 집요한 변화구 승부에 무너졌다. 저연차 치고 변화구 공략을 잘 하지만, 현란한 볼배합으로 현혹하는 9개 구단 배터리와의 수싸움서 끝내 평정심을 찾지 못했다. 전반기 103타석에서 25차례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41타석에서 이미 16차례 삼진을 당했다.
김원형 감독은 최근 전의산을 하위타순으로 내렸으나 반전은 없었다. 결국 4일 고척 키움전서는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전의산은 경기 후반 한 타석을 소화했으나 역시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김 감독은 3~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전의산이 부담감이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상대도 집중견제를 한다. 어느 팀이든 4번타자에겐 좋은 공을 안 준다. 의산이가 변화구 공략을 잘 하긴 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기대도 받고, 의욕만 앞서다 보면 안 풀리는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
전의산의 연봉은 고작 3000만원이다. 최저연봉이다. 김 감독은 “이미 값어치를 했다”라고 했다. 100%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팀 1루는 의산이가 계속 나가야 한다. 즐겁게 하면 좋겠다. 사실 나도 즐겁게 하라는 말이 와닿지는 않는데 그래도 너무 잘 하려다 보면 힘들어진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 즐기면서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상대의 집중견제는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다. 김 감독은 “그냥 단순하게 공 보고 공 치기를 하면 좋겠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간다고 하는데 변화구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 올 시즌 좋은 경험을 하고 있고, 지금의 경험이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단, 그렇다고 1군 엔트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의산의 침체가 계속되면 잠시 1군에서 뺄 수 있다는 의미. 그러나 그게 문책성이 아닌, 전의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게 김 감독 설명이다. 30년 전 자신도 팀에 미안한 마음에 1군에서 빠지고 싶어했던 것처럼, 전의산도 1군에서 잠시 빠지는 게 오히려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 이 단계까지 가지 않는 게 좋다.
[전의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