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탄탄대로죠.”
SSG 베테랑 우완 노경은(38)은 프로 20년차다. 두산 시절 은퇴파동에 롯데에선 FA 자격을 얻고도 미아 신세로 1년간 쉬기도 했다. 선발투수로 두 자릿수 승수도 따봤고, 한 시즌에 10패 넘게 해보기도 했다. 선발, 마무리, 필승계투조, 추격조, 롱릴리프 등 안 해본 보직이 없다.
당연히, 노경은에겐 저연차들에게 없는, 경험에서 발동되는 ‘촉’이 있다. 전반기에 선발로 잘 던졌지만, 누가 말 안 해줘도 자신은 불펜으로 갈 운명이라고 예감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팀이 돌아가는 걸 보니, 노경은은 즐겁기만 하다.
궁금했다. 올 가을 SSG의 어떤 모습을 그리는지.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노경은은 “설레발이 아니라, 만약 우리가 우승한다면 이런 말이 나올 것 같다. ‘탄탄대로.’ 진짜 계획대로, 탄탄대로로 이어오며 우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라고 했다.
SSG는 안 그래도 강한데 후반기에 박종훈과 문승원, 숀 모리만도, 후안 라가레스가 합류했다. 덕분에 노경은, 문승원, 오원석 등 세 명의 선발투수가 불펜에 합류했다. 이 시너지가 엄청나다. 후반기 초반 타자들의 행보에 기복이 심하지만, 선두를 질주하는 원동력이다. 키움과의 주중 3연전을 2승1패로 마무리했다. 2위 LG와 3위 키움에 8경기 차.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경쟁이 끝났다는 평가도 있다.
노경은도 올 시즌 SSG가 강하다고 느낀다. “나도 우승을 해봤지만 (두산, 2015년) 이 팀은 우승반지를 껴본 선수가 많다. 우승 팀에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경험을 해본 선수들이 팀을 잘 이끌고 가고 있다”라고 했다.
요즘 노경은이 SSG 동료들과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가 있다. “우승하고 해외 전지훈련을 가고 싶다. 거기 가서 훈련도 하고, 쉴 때 쉬면서 즐기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선수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니 여유가 없다. 해외 전지훈련을 하면 자연스럽게 보상을 받는다. 쉴 때 잘 쉬고 운동할 때 또 하고, 좋은 곳에서 전지훈련을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SSG 선수들이 대놓고 우승얘기를 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시즌 중이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노경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SSG를 능가하는 전력을 지닌 팀이 없다. 특히 후반기 마운드가 최근 몇 년간 그 어느 팀보다도 막강하다.
당연히 노경은은 동료, 후배들의 본모습을 알고 있다. 일부 선수의 경우, 두산, 롯데 시절 느꼈던 이미지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최)정이는 거친 이미지가 있었는데 막상 동료가 되고 나니 조용조용한 면이 있더라. (박)성한이도 밖에선 뺀질뺀질해 보이는 느낌이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굉장히 순둥이다. 너무 착하다. 내성적인 것 같다”라고 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 이면에 우승의 야욕이 가득한 동료들이다. 노경은은 이런 선수들과 함께 올 가을 최후의 승자가 되는 꿈을 꾼다. 가능성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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