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저 잊지 마세요.”
SSG 김원형 감독은 올스타브레이크에 후반기 마운드 운영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전반기 막판 문승원이 돌아왔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숀 모리만도와 박종훈이 차례로 합류하는 수순. 결국 김원형 감독은 노경은과 오원석의 선발진 제외를 결정했다.
키움처럼 6명의 선발투수를 5선발로테이션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실제 고려했다. 그러나 김광현~윌머 폰트~모리만도~이태양~박종훈으로 선발진을 운영하면서 문승원, 노경은, 오원석을 필승계투조에 합류시켰다. 현재 이태양이 후반기 들어 부진하면서 2군에 내려간 상태다.
김 감독이 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건 노경은과 이태양이다. 오원석은 현실적으로 선발투수들 중에서 성적이 가장 처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SSG 불펜에 왼손이 부족하다. 불펜 밸런스 측면에서 오원석의 보직 변경은 적합했다.
그러나 노경은과 이태양은 전반기에 선발투수로 너무 잘 했다. 둘 다 불펜 경험이 풍부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결국 이태양을 선발진에 남겨놓고 노경은을 불펜으로 돌렸다. 이태양이 전반기에 커리어하이를 찍으며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 32세로 여전히 미래가 밝다는 점, 노경은은 언제 어느 보직에서도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노경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다.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노경은은 야구에 ‘해탈’한 듯했다. 자신의 불펜행을 이미 알고 준비했다. 요즘 야구가 너무 즐겁다고 했다.
롯데와 결별한 뒤 야구를 그만둘 위기였다. 그러나 SSG의 테스트 권유를 받고 최종 합격,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니 야구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노경은은 실제로 후반기 구원투수로 7경기에 등판, 3승2홀드 평균자책점 제로다.
김 감독은 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롯데 투수코치 시절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롯데에서 코치-선수로 함께했다. “경은이가 못 던져서 2군에 가야 할 때였다. 보통 2군행을 통보하면 선수는 말은 안 해도 ‘내가 왜 가야 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군행을 통보한 투수에게)미안할 때가 많다”라고 했다.
그러나 노경은은 전혀 억울한 표정이 아니었다는 게 김 감독 회상이다. 오히려 노경은은 당시 김 감독에게 “저 잊지 마세요, 저 2군에 간 걸 기억만 해주세요”라고 했다.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경은이는 그랬던 선수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잘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코칭스태프로선 죽상하고 2군에 내려가는 선수보다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2군에서 열정을 불태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한번 더 기회를 안 줄 수 없다”라고 했다.
노경은은 전반기에 선발투수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후반기 불펜 이동에 대해 정말 불만이 없다. 오직 후배들과 함께 최후의 가을 경기서 웃는 꿈만 꾼다. 김 감독은 그런 노경은을 잘 알기에 기꺼이 SSG에 불러들일 수 있었다. 실제 노경은의 퍼포먼스가 올 시즌 SSG 마운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걸 감안하면 훗날‘역대급 방출자 영입’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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