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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그게 포인트였어요.”
선두 SSG는 5일부터 삼성과 홈 3연전을 치르고 있다. 6일까지 1승1패로 팽팽하다. SSG 김원형 감독은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의 5일 경기운영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전임 감독과의 맞대결과 좀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원형 감독이 지적한 대목은 5일 경기, 삼성이 0-1로 뒤진 7회초였다. SSG가 6회말에 0의 균형을 깨트렸다. 그러자 삼성은 7회초 선두타자 오재일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하며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이때 박진만 감독대행이 오재일을 빼고 대주자 김성윤을 투입한 것을 놀라워했다.
김 감독은 6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7회였다. 뒤의 승부까지(9회까지) 생각하면 놀라웠다. 어떻게 보면 우리로선 ‘땡큐’였다. 투수들에겐 오재일이 부담스러운 타자니까. 과감하게 그렇게 하더라”고 했다.
김 감독 말의 의미는 이렇다. 삼성으로선 박빙 승부서 9회에도 일발장타력이 있는 오재일을 타석에 세울 수 있는데 박진만 감독대행의 7회 과감한 교체가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박빙승부서 한 방을 칠 수 있는 거포를 빼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대행은“경기 분위기가 박빙이었다. 선취점을 준 상황서 오재일이 출루했는데, 거기서 흐름을 뺏기면 (승부가) 쉽지 않겠다 싶었다. 다음 타자가 구자욱이니 (대주자를 투입해)수비를 압박해야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박 감독대행으로선 6회말에 먼저 1점을 내준 뒤 7회초에 곧바로 찬스를 잡았으니, 8회 이후 승부를 생각하기보다 7회에 무조건 최소 1점을 빼내 다시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였다. 결과적으로 1사 후 이원석 타석에서 대주자 김성윤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후속 강민호의 1타점 적시타로 균형을 맞췄다.
만약 박 감독대행이 오재일을 대주자로 교체하지 않았다면 삼성의 7회 1득점은 쉽지 않았다. 구자욱은 좌익수 파울플라이, 이원석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결정적으로 오재일이 발이 빠르지 않아 단독도루가 불가능하다.
삼성은 7회 맞춰놓은 균형을 연장 10회초에 깨면서 적지에서 선두 SSG를 잡았다. 6일 경기서도 박종훈을 무너뜨리며 SSG를 거세게 몰아쳤다. 비록 불펜 난조로 역전패했지만, 전임 감독 사퇴 전후의 좋지 않은 흐름에선 어느 정도 벗어났다. 따지고 보면 박 감독대행의 오재일을 과감히 교체한 그 선택이 도화선이 됐다고 봐야 한다.
김 감독이 그 순간을 포인트로 본 건, 승부사답게 경기의 맥을 읽는 능력이 빼어나다는 걸 알게 해준다. 또 하나는 박 감독대행이 정식 감독으로부터 용병술을 인정 받을 정도로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
박 감독대행은 2015년 SK에서 은퇴한 뒤 SK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 삼성으로 돌아와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퓨처스 감독을 맡았지만, 작년까지 줄곧 1군에서 수비, 작전 코치 등을 맡으며 전임 감독들을 보좌해왔다. 내부적으로 몇 년 전부터 차기 감독감으로 인정받아왔다.
삼성은 박 감독대행 체제에서 분위기를 바꿨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삼성도, 박 감독대행도 잔여 46경기가 또 다른 시험대다. 박 감독대행이 46경기서 지금처럼 인상적인 모습을 넘기면 차기 정식사령탑 후보로 손색없다.
박 감독대행은 “지금 삼성은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장점이다. 자신감을 갖고 하나로 뭉치고 있으며, 서로 팀이 어려울 때 잘 잡아주고 있다. 활력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연승도 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박 감독대행은 현역 시절 현대~삼성~SK, 지도자 SK~삼성에 몸 담으며 재계 빅3를 모기업으로 둔 구단에서만 활동한 특이사항이 있다. 현재 삼성과 SK가 재계 순위 1~2위다. SK는 3위였다가 최근 2위로 올라왔다. 현대는 1990년대 재계 2위였다. 박 감독대행은 이를 두고 웃으며“행복하게 했다”라고 했다.
[오재일(위),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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