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요한은 2군에서 보고를 받고 체크하고 있다.”
선두 SSG는 여전히 개막 후 한번도 2위로 내려가지 않고 순위표 맨 위를 지킨다. 후반기 들어 LG와 키움이 나란히 주춤하면서 반사이익을 봤다. 여기에 SSG 역시 돌아온 박종훈과 문승원, 새롭게 가세한 숀 모리만도 등 두꺼워진 마운드 뎁스를 앞세워 좀처럼 경기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타선이 후반기 들어 비교적 잠잠하지만 수비와 마운드의 힘이 막강하다. 그 결과 2위 LG에 8경기 차로 넉넉하게 앞서간다. 물론 SSG 사람들은 전혀 방심하지 않는다. ‘우승’이라는 말도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다. 3년 전 두산에 대역전극을 당한 아픔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엔트리 운영에서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는 있다. 사실 SSG 마운드는 박종훈과 문승원, 모리만도 가세 후 어지간한 투수는 1군에 올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하다. 그러나 장기레이스를 치르며 고민이 없을 수 없고, 그 틈을 타 미래의 동력을 시험해볼 기회는 늘 생긴다.
후반기 들어 선발로 전환한 이태양이 부진 끝에 1군에서 말소됐다. 대체자는 조요한이다. 아직 유명한 선수는 아니지만 SSG 팬들은 잘 아는 파이어볼러 유망주다. 이미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4월 4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제로, 5월에는 13경기서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6.52였으나 중순까지는 그럭저럭 잘 버텼다.
SSG는 5월 중순부터 불펜이 지그재그 행보를 한다. 그나마 가장 불안정한 파트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조요한은 시즌 초반 잠시 김택형, 서진용과 함께 필승계투조까지 맡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153.2km.
기본적으로 스피드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다 보니,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언터처블 가까운 모습이었다. 단, 변화구가 슬라이더와 커브인데 슬라이더 의존도가 높다. 즉, 타자로선 패스트볼 타이밍에 슬라이더를 ‘원 타이밍’(흔히 말하는 나가다가 걸리는)에 공략 가능하다는 의미. 실제 제구가 흔들리거나 원 타이밍 스윙에 위기를 맞고 무너지며 6월2일 KT전 이후 1군에서 빠졌다.
조요한은 이후 7월부터 퓨처스리그 실전에 나서며 재정비했다. 퓨처스리그서는 선동열이다. 10경기 1승1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0.93. 7월 이후에도 7월30일 LG전서 1실점한 걸 빼면 4경기서 실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2군에선 빠른 공 하나만으로도 짧은 이닝을 삭제할 수 있다.
이제 다시 1군에서의 시간이다. 사실 이태양이 부진하지 않았다면 이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다. 2000년생, 만 22세 파이어볼러에겐 시간이 무기이며, SSG가 장기적으로 마무리 후보군으로 놓고 키워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이 8경기차로 1위를 달리니 1~2군을 오가는 유망주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 조요한이 이번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면 전의산처럼 1군 레귤러 멤버가 될 수 있고, 아니면 미래를 바라보면 된다. 조요한이 부진해도 SSG가 받는 데미지는 1도 없다. SSG로선 무조건 ‘남는 장사’다. 조요한에게도 승부욕을 고취할 수 있는 이번 1군행이다.
6~7일 인천 삼성전서 잇따라 등판 기회를 얻었다. 6일 경기서는 두 타자를 상대해 ⅓이닝 1볼넷 무실점, 7일 경기서는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해 ⅔이닝 2사사구 2실점했다. 패스트볼 평균 152km를 뿌렸다. 2군에선 잘하지만 1군에만 오면 흔들리는, 전형적인 유망주의 모습이었다. 이런 이슈도 시간을 갖고 해결해 나가면 된다.
SSG는 8일 1군 엔트리 조정을 하지 않았다. 김원형 감독은 조요한을 좀 더 지켜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 윈나우에 올인한 SSG지만, 자연스럽게 미래의 동력도 도모한다. 이게 자연스러운 의미의 리빌딩이다. 리빌딩은 거창한 게 아니다. 이기는 팀이 리빌딩도 잘 할 수밖에 없다.
[조요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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