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안 된다고 고민하지 마라.”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선 눈길을 끄는 선발투수 매치업이 성사됐다. ‘151억원 에이스’ 김광현(SSG)과 ‘160km 파이어볼러’ 안우진(키움)이 숨 막히는 혈투를 벌였다. 둘 다 잘 던졌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김광현은 당시 6이닝 5피안타 5탈삼진 5사사구 2실점했다.
사사구가 다소 많긴 했다. 그래도 평소 같으면 무난히 승리투수가 될 만한 내용과 결과였다. 그러나 안우진은 안우진이었다.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11승(5패)을 챙겼다. 김광현은 그렇게 시즌 2패(10승)를 떠안았다.
한국야구를 이끌었던 에이스와 앞으로 이끌 에이스를 동시에 볼 수 있었던 날, 당사자들도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안우진은 승리투수 직후 김광현에 대한 리스펙트를 또 한번 표현했다. 이미 몇 차례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김광현이 일주일만에 진심을 표했다. 10일 인천 KT전서 승리투수가 된 직후 “한 경기로 판단은 못한다”라고 하면서도 웃으며 “KT에 얻어터지고 우리한테 화풀이를 한 것 같다”라고 했다. 흐뭇한 미소에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 보였다.
안우진은 7월28일 수원 KT전서 5⅔이닝 8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4사사구 8실점으로 시즌 최악의 투구를 한 이후 첫 등판이었다. 김광현은 이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사실 한 경기에 무너지면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게 힘들다. 그런데 그걸 해내더라. 오늘(10일 고척 롯데전 7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도 잘 던진 것 같은데, 정말 좋은 투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치지 않아야 한다. 운동도 열심히 해서 다치지 말고 한국야구를 이끌어가면 좋겠다”라고 했다. 부상 없이 꾸준해야 한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김광현은 “다치면 공을 던질 수 없지 않나. 투수는 던지면서 배울 수 있다. 안 된다고 고민을 하지마라”고 했다.
김광현도 토미 존 수술로 2017시즌을 통째로 건너 뛴 걸 제외하면 2007년 데뷔 후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다. 경험이 자산이 되고, 자산이 경쟁력이 돼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마침 안우진은 데뷔 후 꾸준히 잔부상이 있었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괴물’ 반열에 올랐다.
안우진도 자꾸 던져보면서 구종 추가, 커맨드, 투구수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했다. 시대를 풍미한 에이스의 얘기는, 안우진에게 마침맞는 조언이다. 한편으로 안우진과의 맞대결서 판정패한 뒤 꺼낸 담담한 메시지는, 김광현의 품격과 그릇을 알게 한다. 김광현은 안우진의 롤모델이 될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안우진(위), 김광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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