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키움은 정말 위기일까. 어떻게 보면 지금의 모습은 충분히 이해된다.
키움은 후반기 들어 5승1무10패다. 10개 구단 중 가장 나쁜 성적이다. 삼성과의 후반기 개막 3연전이 유일한 위닝시리즈다. 심지어 삼성의 13연패 탈출 제물이 됐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고작 2승1무7패.
키움이 후반기에 부진한 표면적 이유는 마운드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4.57로 9위. 특히 전반기 막판부터 불펜이 상당히 불안하다. 홍원기 감독은 후반기 들어 1이닝 책임제를 폐지했다. 뒷문 조합도 수시로 변경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그러나 한계가 명확하다.
키움은 팀 타율 0.247로 리그 최하위다. 시즌 내내 팀 공격력의 대부분 지표가 리그 최하위권이다. 현실적으로 이정후 외에 파괴적인 타자가 없다. 그나마 야시엘 푸이그가 후반기 들어 이름값을 해낸다. 그러나 ‘이정후와 아이들’이 ‘이정후와 푸이그의 아이들’로 바뀌었을 뿐이다.
떨어지는 공격력에도 전반기를 2위를 마친 원동력은 수비와 마운드다. 작년 유격수 골든글러버 김혜성을 2루로 돌린 게 신의 한 수였다. 센터라인이 강화되면서 수비력이 전체적으로 향상됐다. 선발과 불펜 모두 안정적이었다. 선발은 안우진, 에릭 요키시 원투펀치를 필두로 6명의 투수를 5인 로테이션으로 돌렸다. 불펜은 과거 선발투수로 쓴맛을 본 하영민, 문성현, 이승호가 재기드라마를 썼다. 선동열급 평균자책점을 찍은 김재웅은 철벽이었다.
그러나 후반기에 불펜이 무너지면서 팀 동력의 한 축이 상실됐다. 타선은 답보 상태이며, 선발진과 수비만으로는 승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10~11일 고척 키움전서는 원투펀치가 7이닝 역투를 하고도 불펜 난조로 4연패에 빠졌다.
결국 키움은 전반기 내내 선두 SSG를 지근거리에서 추격했으나 전반기 막판 SSG전 2패를 시작으로 후반기 들어 격차가 쭉쭉 벌어졌다. 이제 11경기 차. 2위 LG에도 2경기 차로 벌어졌다. 그나마 4~5위 KT와 KIA가 주춤하면서 3위를 지킨다.
그런데 키움의 후반기 위기를 특별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시선도 있다. 객관적 전력상 2~3위도 대단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전문가들 중 누구도 키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상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뉴 페이스들을 잘 배출하는 구단이다. 하지만,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주축 전력 유출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2020시즌이 끝나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을 시작으로 서건창(LG)에 이어 작년 겨울부터 올 시즌에 박병호(KT), 박동원(KIA), 조상우(사회복무요원)가 잇따라 빠져나갔다.
물론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태진,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이영준, 알짜배기 방출생 출신 김준완도 있다. 이 외에도 작년과 올해 두각을 드러낸 저연차, 뉴 페이스가 수두룩하다. 이들이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친다. 그러나 냉정히 볼 때 김하성, 박병호, 박동원, 조상우 공백을 100% 메우는 건 불가능하다.
박병호, 조상우에 시즌 초반 박동원까지 이탈하고도 전반기 내내 2위를 찍은 게 기적이라고 봐야 한다. 위기라고 하지만, 3위를 달리는 것도 대단하다. 멤버구성, 객관적 전력상 SSG는 말할 것도 없고 LG, KT, KIA 등 중, 상위권 팀들과 비교가 안 된다. 현재 키움 주축 야수들 중 이정후를 제외하면 나머지 9개 구단에서 주전을 확실히 맡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
KBO가 올해 발표한 10개 구단 선수단 등록 자료에 따르면 키움의 상위 28인 기준 평균연봉은 고작 1억6911만원이다. 팀 페이롤 1위 SSG는 무려 4억9207만원. 키움은 극단적 리빌딩 중인 한화(1억4071만원)보다 조금 높을 뿐이다. 여전히 키움은 ‘가성비 절대 갑’ 구단이다.
야구는 애버리지가 지배하는 스포츠다. 단순히 타율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개개인도 팀도 보편적인 애버리지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키움은 여전히 애버리지보다 잘 하고 있다. 전반기에 엄청나게 달렸으니 후반기에 고비를 맞이한 게 어쩌면 자연스럽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3위만 지켜도 팀 애버리지를 올릴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설령 향후 4~5위, 그 이하로 떨어져도 비판하긴 어렵다.
[키움 선수들(위, 가운데), 홍원기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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