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사이타마(일본) 이현호 기자] 손흥민(30, 토트넘)과 문선민(30, 전북 현대)의 득점 장면에는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손흥민은 4년 전인 2018년 여름,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당시 세계 1위 독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었다. 한국이 1-0으로 앞서가던 96분에 손흥민이 추가골을 기록해 한국이 2-0으로 승리했다.
축구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골 장면이었다. 16강 진출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던 독일은 후반 막판이 되자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한국 진영으로 올라와 공격에 가담했다. 이때 주세종이 노이어의 공을 뺏어 손흥민에게 뻥 찼다. 손흥민은 쏜살같이 달려가 비어있는 독일 골문을 열었다.
손흥민의 동갑내기 친구 문선민도 그와 비슷한 골을 넣었다. 22일 일본 사이타마현의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 전북은 비셀 고베를 만나 연장전 혈투를 펼쳤다.
전북이 2-1로 앞서가던 122분에 고베 골키퍼 다이야 마에카와가 골대를 비우고 전북 진영으로 달려왔다. 코너킥에서 헤더를 하기 위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고베 크로스는 뒤로 흘러 문선민에게 향했다.
문선민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공을 잡았을 때 고베 골문은 텅 비어있었다. 문선민은 약 40미터를 질주해 고베 진영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왼발로 가볍게 넣어 3-1로 쐐기를 박았다. 관제탑 춤까지 나온 호쾌한 득점이었다.
손흥민 득점과 문선민 득점 모두 상대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사이에 나온 골이다. 또한 경기 종료 직전 추가시간에 터졌으며, 왼발 슈팅으로 밀어넣은 골이다. 이 득점 덕에 팀이 2골 차로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장이 중립지였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둘이 골 세리머니를 펼친 곳도 비슷하다.
비셀 고베전에서 3-1로 승리하고 나온 문선민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골대가 비어있어서 골 넣기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더 신중하게 된다. 정말 집중해서 찼다”고 돌아봤다. 이어 “월드컵 독일전에서 넣은 흥민이 골이 오늘 제 골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흥민이는 각이 거의 없었지만 저는 각이 있었다”며 손흥민의 득점을 더 높이 평가했다.
문선민은 현재 전북 선수단 중 유이하게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다녀온 경험자다. 독일전에 손흥민과 함께 선발 출전했다. 후반 25분에 주세종과 교체되어 벤치에 있다가 손흥민의 쐐기골이 터지자 다 함께 달려나가 기쁨을 누렸다. 전북 수비수 윤영선도 독일전에 풀타임 출전해 한국의 무실점 승리에 큰 힘을 실었다.
[사진 = AFPBBnews, AFC 중계화면]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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