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유진형 기자] 독립리그 출신 선수를 먼저 생각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독립리그에서 힘들게 올라온 선수가 트라우마가 생기면 안 된다.' 오지환의 아내 김영은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오지환의 이야기를 전했다.
4-2로 앞서가던 6회초 1사 후 오지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한화 윤산흠의 147㎞짜리 직구가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오지환의 머리로 향했다.
오지환은 깜짝 놀라며 재빨리 피하려 했지만 '쾅'하는 소리와 함께 공은 검투사 헬멧 광대 쪽을 강타했다. 자칫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윤산흠은 직구를 머리에 맞히면 곧장 마운드를 내려가야 하는 헤드샷 규정에 따라 곧바로 퇴장 당했고 마운드를 내려가며 오지환에게 모자를 벗고 공손히 사과했다.
양쪽 더그아웃 선수들은 모두 깜짝 놀랐고 LG 팀 닥터가 바로 뛰어나와 상태를 확인했다. 헬멧에 맞았지만 투구에 맞은 충격은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다. 광대 쪽 눈두덩은 빨갛게 부어올랐고 LG 팀 닥터와 김호 코치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를 해야 한다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오지환은 경기를 계속 뛰겠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사진으로 볼 때도 오지환의 눈 밑은 점점 부어오르고 있었고 사구의 충격은 분명히 있었다. 퇴장을 당한 윤산흠도 걱정이 되었는지 더그아웃에서 오지환의 상태를 계속해서 지켜봤다. 오지환은 그런 윤산흠을 발견하고는 손을 들며 괜찮다고 웃으며 안심 시켰다.
경기 후에도 수베로 감독과 한화 선수들의 걱정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괜찮다며 웃으며 화답했다.
오지환은 이런 아찔한 상황에서도 후배 걱정부터 한 것이다.
윤산흠은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한화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는 투수다. 윤산흠은 2018년 영선고를 졸업하고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지명받지 못했다. 그리고 독립야구단인 파주 챌린저스에서 1년을 보냈다. 2019년에는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방출됐다. 야구를 포기하려는 순간 한화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산흠은 한화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승리조 주축 투수로 우뚝 섰다.
이제 프로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후배가 이번 헤드샷으로 트라우마가 생길까 봐 걱정을 한 것이다. 결국 오지환은 부상을 참고 경기를 끝까지 뛰며 4타석 1타수 1안타 4사구 3개로 9-2 팀 승리를 이끌었다.
LG 주장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우뚝 썬 오지환은 28년 만에 우승이라는 팀 숙원을 풀기 위해 전경기 열심히 뛸 뿐 아니라 상대팀 후배 선수 걱정부터 하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야구팬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헤드샷을 맞고도 후배 걱정부터 한 LG 오지환. 사진 = 대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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